나는 내 딸이 이렇게 차별받는 게 속이 상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많은 그 애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돈 앞에서 쩔쩔매다가 가난 속에 처박히고 늙어서까지 나처럼 이런 고된 육체노동 속에 내던져질까 봐 두려워요. 그건 내 딸이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요. 난 이 애들을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 애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그만한 대우를 해 주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예요.P.169
나는 눈앞에 보이는 이 장면을 구겨 버리고 아주 작게 만들고 멀리던져 버릴 수 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고 모른다고 여기면 얼마간은 편해질지도 모른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들, 아무것도 모를 때엔 너무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여기지는 것들, 그러나 뭐든 제대로 알게 되는 순간, 그것들은 발톱을 세우고 마침내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 진실과 사실, 그런 명백한 것들의 속성. 언제고 그것들은 사납게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다.P.62
이 겨울 서늘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시작부터 끝까지 죽음과 고통으로 전철되어 있었다. 삶 속에서 늘 죽음을 느끼고 마주한다. 애써 모른척해보려고 하지만, 죽음은 공기처럼 주변에 머물러 있다.죽음과 고통을 이렇 듯 쏟아내어 버렸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죽음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한 곡 한 곡 찾아 들어봐야 겠다.
일이라는 건 매일 끔찍하도록 같은 작업을 반복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노하우를 익히고 실력을 늘려가는 것이었다. 그거면 됐다. 그게 무슨 일인지, 어떤 일인지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그는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P.200
일에는 배울 수 있는 영역과 배울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애초에 편집자에게 필요한 기술은 거의 없다. 그러니 책은 만들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만들면 된다.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