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쓰이고 엮이리라는 걸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무엇을 써도 다 가짜 같아서 절망했던 순간들과 그럼에도 도저히 단념이 안 돼서 잠 못 이루던 순간들까지도 모두 소설이 되리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 P327
어…… 잊었죠. 나는 다 잊었어요. 친구들 비밀도 내 비밀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땐 비밀도 많았고 서로 지켜야 할 약속도 많았는데 지금은 비밀이랄 것도 없고. 인생이 정말 심심하고 한심해진 것 같아. - P207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내가 선택하고, 내가 열망하고 꿈꾸고 이루고 싶은 것에 다른 사람의 인증이나 보증은 필요없다. - P39
사랑과 혐오 둘 중 사랑이 더 힘이 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내가 틀렸다. 사랑은 기대보다 힘들고, 혐오는 매혹적이다. - P43
서울은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 같은 느낌이 있다. 차가 막히네, 사람이 많네, 미세 먼지가 많네 욕하면서도 서울에 살고 싶다. 아주다 지긋지긋하다가도 전철 안에서 노을이 지는 한강을 보면 뭉클한 마음이 든다. 서울은 그런 애증의 도시다.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