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선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일들이었다. 분명히 그 시간, 그 자리에 내가 있었을 텐데도 어떤 일들은 전혀 없던 일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건 오래전에 내가 지워버렸거나, 찢어버렸거나, 다 잊은 일들이었다. - P58
그러므로 결코 내가 다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도 너라는 사람을 다 알 수는 없겠구나. 너에 대해 무엇을 상상하고 기대하든 그것은 어김없이 비껴나고 어긋나고 말겠구나. - P35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다 알 수 없는 일들. 사실이지만 또 얼마간 사실이 아닌 일들, 차마 다 이야기할 수 없는 각자의 내밀한 사정들. 잘잘못을 가릴 수 없음에도 모두가 죄책감을 떠안아야 했던 시간들. 오래전 다 잊었다고 생각한 어떤 장면들이 환하게 무리를 지어 떠오르는 것이었다. - P171
내일이면 마흔, 새로운 나이가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종이봉투에 외눈처럼 박힌 쇠단추의 실끈을 천천히 푼다. 늙은 자들도 역시 미숙하다. 그러나 그들은 할 수 있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아무도 세월보다 미리 손쓸 수 없다는 걸 안다. - P99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쓰는 마음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하게 만들고, 하면 좋을 일을 안 하게도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결국은 남의 마음 말고 내 마음에 드는 내가 되고 싶습니다. - 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