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 P73
박민정 작가님의 작품을 온전한 1권으로 접해보기는 처음이다. 대부분은 엔솔로지나 수상집에서 단편으로 읽어 본 경험이 전부였다.이 책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책이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등 크게는 3부로 나뉘어져 있다. 물론 모든 이야기는 작가를 관통하여 펼쳐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특히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소설의 소재로 주변인물의 이야기를 차용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친한 후배와 동생이 그 대상이었다. 소재를 가져와서 소설이라는 픽션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 소재가 된 인물들에 대한 부채감 같은 것을 느낀다는 부분에 무척 공감했다.막상 당사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함에도 작가라는 직업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과 고민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는 듯 했다.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써서 그 글이 대중에게 보여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없이는 불가능하다. 내가 그동안 읽었던 어떤 산문보다 나에게 큰 용기와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을 꼭 말하고 싶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우리사이의 난감함, 어색함, 어려움이 나쁘지 않았고 그런 감정들의 바닥에 깔린 엷디엷은 우애가 신기했다. - P23
전복죽의 고소한 냄새가 부엌을 가득 채웠다. 지는 해의 끝자락 빛이 기다랗게 거실을 타고 부엌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그 빛이 할머니의 손과 죽 위에도 내려앉았다. 허기가 졌다. - P175
나는 할머니의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는 바깥에서 슬픈 일을 겪었을 때 집에와서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 P95
개인적 진실과 상관없는 역사적 사실은 실제로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며, 그것은 다만 일어난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 P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