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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너머의 공간 이야기
장윤정 지음 / 푸른길 / 2024년 11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번 주에는 아내와 안동에 있는 만휴정에 다녀왔습니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촬영지였던 지리적 배경으로 아담한 만휴정을 중심으로 주위의 빼어난 풍광이 단풍과 아울러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 구한말의 시대적 배경에 사랑이라는 표현을 이런 장소에서 한다면...너무 아름다운 장소와의 케미가 아닌지. 오늘은 스크린의 공간이란 주제를 가지고 책을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여년도 지난 일입니다. 헌책방을 둘러보다 ‘공간 사회학‘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니 물리적 공간에 어떻게 사회학이란 학문이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하는 어리석은 질문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의 핵심은 "공간"이 단순히 물리적인 배경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구조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책 이름을 차용하자면 텅빈 공간이 아닌 텅빈 충만한 공간에 대한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미디어) 지리학도 공간의 사회학과 같은 관점과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석,박사 논문 모두 영화 속 장소 분석을 주제로 연구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아카데믹한 책의 향기가 묻어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의 전개방향은 이론적 배경과 사례, 두 파트로 나누어 전개되고 있고 지나치게 학문적인 성향이라기 보다는 가볍게 이론적인 설명을 한 후 사례를 들어 친절하게 이해를 돕고 있으며 사례의 소재가 영화라 흥미롭고 재미있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은 4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나 크게 두 부문으로 본다면 첫번째 부문은 미디어와 지리학이 만난다면 설명할 수 있는 3가지 사례(미디어 속 공간의 재현 경험, 미디어 공간의 텍스트 생산, 인지적 공감과 지리적 미디어의 문해력의 상호작용), 두 번째 부문은 지리학을 통해 본 미디어 속 상징 스팟의 사례를 추가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작가의 강조점은 비판적 사고로 귀결된다고 생각됩니다. 미디어의 공간이 허구의 신기루인지? 현실의 나의 공간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으로부터 미디어 콘텐츠의 특정한 관점이나 편향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침묵하고 박제된 영화의 공간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을 프리즘을 통해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해보고 더 나아가 인문, 정치, 경제까지로 확장시켜 비판적 사고를 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균형감(Balance of empathy)‘을 유지하길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진짜와 가짜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기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화적 Big Blur”현상이 카오스처럼 혼재된 미디어 공간이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영화를 비주얼한 배경이 중심이 된 “공간 조작의 미학’이라 이야기한다면 지나친 폄훼가 될까요?
영화의 공간이라는 이미지 뒤에 본모습, 보여주기 싫은, 보여줄 수 없는 것을 숨기는 것이 가능하고, AI의 도입으로 더욱 증폭시키고 심화될 수 있는 전혀 색다른 환경이 만들어졌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흥미롭고 재미있게 책을 읽었지만 다양한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스크린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미디어(영화) 지리학 측면에서 연구가 되었지만 향후 AI와 관련된 주제로 다른 책을 기다려 보고 싶습니다.
스크린이란 공간을 넘어, 공간에 대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과 열정, 텅빈 충만한 공간의 소리없는 외침을 듣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든지 흥미와 재미를 두루 갖춘 이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행복한 고생을 한 저자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스크린 공간에 대한 균형감을 잡아주고 미디어(영화) 지리학을 이해하고 도움이 되는 좋은 책으로 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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