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바라보는 중용中庸의 지혜

AI 버블이 온다 - 우리는 진짜 인공지능을 보고 있는가?
아르빈드 나라야난.사야시 카푸르 지음, 강미경 옮김 / 윌북 / 2025년 12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들어 더욱더 드는 생각은 경외감을 줄 만큼 발전한 AI 앞에서, 우리는 어느새 AI를 신격화하며 맹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아주 흥미로운 책을 오늘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백설공주 속 마녀가 들여다보던 ‘진실의 거울’이 떠올랐습니다. '환상 걷어내기'나 '실체적 진실 추구'를 이야기하는 거울 말입니다. 이 책은 기술과 자본의 광풍 속에서 '왕비가 듣고 싶은 환상'이 아닌 '대중이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을 반영하는 진실의 거울을 들고 있는 과학자들의 지적인 노력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이 책을 기술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중용(中庸)의 도’라는 관점으로 읽어 보겠습니다. 중용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어지지 않고(中), 언제나 변함없이 지속되는(庸) 최적의 균형 잡힌 상태가 그 본질이자 핵심이라 할 것입니다.

내용을 보자면 표면적으로는 강력한 비판과 경고를 담고 있지만, 그 궁극적인 목표는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무조건 AI가 좋다'는 절대 긍정론에도, 'AI는 위험하다'는 막연한 공포의 부정론에도 치우치지 않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AI를 무작정 좋아하지도, 무작정 싫어하지도 말며.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 한계를 인정하고, 증거에 기반하여 책임감 있게 사용하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한 AI에 대한 ‘균형 잡힌 관점(Balanced perspective)’을 회복하는 데 있다는 점이라 할 것입니다.

원제는 AI Snake Oil: What Artificial Intelligence Can Do, What It Can’t, and How to Tell the Difference입니다. Snake Oil은 뱀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했던 가짜 약, 사기성 치료제를 뜻하는 미국 속어이며 다소 비판적이면서 풍자적인 어감을 주는 제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번역의 제목은 중립적이며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책을 소개하자면 현재의 AI 열풍에 대한 기술을 과학자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분석하며 현실적/비판적인 시각의 리포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핵심은 현재 AI 산업과 기술이 과장과 환상으로 부풀려진 '버블' 상태에 있으며, 이 거품이 꺼진 후에도 살아남을' 진짜 기술'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제대로 AI를 직면하고 직시할 수 있는 안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결국 AI에 대한 모든 환상과 과장을 걷어내고, 순수한 과학적 사실만을 기반으로 다시 시작하려는 제로베이스적 접근방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내용상 특징은 대부분의 AI 관련 책들이 기술의 '가능성'과 '미래'를 논하는 반면, 이 책은 '현재의 실체'와 '위험성'에 초점을 두고 전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저자들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같은 AI가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지능(Intelligence)'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에서 '통계적 패턴'을 찾아 다음 단어를 가장 그럴듯하게 예측하는 능력이라는 기술의 근본적인 한계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둘째, AI의 능력이 과장되어 실제 성능이나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AI'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판매되는 기술들(예: 채용 AI, 범죄 예측 AI 등)을 '가짜 AI(Snake Oil)'로 규정하고 그 위험성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셋째, 투자자, 기업, 일반 대중 모두 AI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기술의 과학적 원리와 객관적인 성능 지표를 통해 무엇이 '진짜 혁신'이고 무엇이 '마케팅 거품'인지 분별할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AI는 만능해결사인가?”라는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AI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일상이 되지 않게 현실적인 안목의 중요성을 울림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AI와 함께 살아야 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과 “진실의 렌즈(lens)”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다움의 실체적 본질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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