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을보면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두의 안식과 평화를 빕니다. - P22

 나는 그런 로즈에게 깊은계급적 친밀감을 느꼈다.  - P20

"쉽고 오래된 말, 다 안다 여긴 말, 그래서 자주 무시하고싫증 냈던 말들이 몸에 붙는 것 같다"고 아직 ‘인생‘을 얘기하기엔 좀 젊다 싶은 세 살 연하 애인에게 나는 장난스레 물었다.
-너는 그걸 누구한테 배웠어?
헌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농담하듯 받아쳤다.
-어린 시절 가난에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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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자기 이해에 대해 임상심리사여서 더 잘 풀어나간 이야기같다. 각자의 고통을 타인이 함부로 하는지, 자신이 어떻게 함부로 하는지 지도에서 영토에서 볼수 있었다. 소설로 보니 보이는 거겠지. 나에게 달라붙은 이야기는 또 못 볼수도 있다.ㅠ 너무 몰입해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책이 짧기도 했지만. 작가 필명이 왜 유월인지, 표지가 예쁜 능소화인지 알 것 같다. 초여름 떠올릴 책이 한권 더 생겼다.

도연은 내팽개쳐진 자신을 그대로둘 수 없었다. 해진 마음을 끌어안으며 다짐했다. 누군가의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일로 만난 사람에게 마음 따위 주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어떤 것도 맡기지 않겠다고, 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참지 않겠다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키겠다고. - P119

 마음속에 느닷없이 부모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들이닥칠 때도 최선을 다해 모른 척했다. 그 마음이빚쟁이처럼 몰려와 어두운 웅덩이 속에 자신을 파묻는지도모르고, 그 컴컴하고 서늘한 곳엔 꾀죄죄한 질투심과 자기연민이 가득했다. - P158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 태도가 동옥의 관성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아갈 방향을 보면서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익숙한 방향만 바라보는 사람도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 것 같았다. - P181

그러나 더는 누구를 지향하지 않아서 도연은 조금씩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수밖에 없었다. - P191

 변하지 않는 게 변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다만 좋은 쪽일지, 나쁜 쪽일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었다. 좋은 방향으로 키를 맞춰두지 않으면 더 쉽고 편안한나쁜 방향으로 이끌려갔다. 매일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곁에 어떤 사람을 두는지에 따라 삶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래서 최소한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대안을 찾는 게 인생의 미션 같았다. 남아 있는 이들도, 동옥도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한 시절이 지나고 있었다. - P207

"그냥 일희일비하려고요. 기쁘면 기뻐하고 슬프면 슬퍼하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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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계속 웃음이 나오고 결국엔 짠해지는 소설이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살아 가고 있는 나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웃지 않을 수없다. 슬퍼지지 않을 수 없다.

준수는 강원도를 향하는 내내 말없이, 어쩐지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로 앉아 있었는데, 나는 그게 단순히 우리 미취업자들의 일상 표정이라고만 생각했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과 땀에서 배우라는 말, 그 말들을들을 때마다 우리는 점점 무표정하게 변해갔고, 결국은 지금준수가 짓고 있는 저 표정, 그것이 평상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웬만해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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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대해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깬 책이다. 처음엔 조금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는데 읽을수록 점점 빨려들어간다. 룰루밀러의 유머와 통찰에 감탄하지 않을 수없었다. 질서를 만들고 싶고 긍정적으로 정답을 말하고 싶어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는 혼돈이며 그래서 더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전히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이견의 핵심은 《종의 기원》에 있었다. 어째선지 데이비드와 프랜시스 골턴은 둘 다 그 결정적인 사실을 흘려버렸다.
한종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주며, 혼돈이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기온 급변, 경쟁자, 약탈자, 해충의침략 등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 P187

"인간은 눈에 보이는 외부 형질에만 영향을미칠 수 있지만, () 자연은 외양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자연은 모든 내부 기관과 모든 미세한 체질적 차이에, 샐명의 전체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P189

데이비드의 정서적 해부도를 쫙 펼쳐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원흉은 그 스스로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두툼한 "낙천성의 방패가 아닌가 싶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옳은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쓴 루서 스피어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갖는 확신과 자기기만과 단호함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 P202

내가 어려서부터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왔던 바로 그 세계관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개미들과 별들과 함께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느낌.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내부에서 바라본,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만큼눈부시고 가차 없고 뚜렷한 진실.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을흘깃 엿본 바로 그 느낌일 것이다.
그 사다리가 데이비드에게 준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그가 자연의 질서라는 비전을 그토록 단단하게 붙잡고 늘어졌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덕과 이성과 진실에 맞서면서까지 그가 그렇게 맹렬하게 그 비전을 수호한 이유를. 바로 그 때문에 그를 경멸했음에도 어느 차원・서는 나 역시 그가 갈망한 것과 똑같은 것을 갈망했다. - P207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고, 결국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보장해주는 안내자도 지름길도, 마법의 주문 따위도 없다. - P208

천천히 그것이 초점 속으로 들어왔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꿰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 P226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아는 것이다.  - P227

하지만 나는 서서히,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터널 시야 바깥에 훨씬 더 좋은 것들이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게 됐다. - P267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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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게 가능할 때마다 큰 배로 풍덩 수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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