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고로 정의나 도덕적 진실에 어떻게 다다를 수 있을까? 가령 도덕적 직관과 원칙에 입각해 평생을 헌신하더라도, 그것이 그저 되풀이되는 편견의 타래에 머물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도덕적 사고란 홀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답하고자 한다. 따라서 친구, 이웃, 전우, 시민 등의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 때로는 그 대화 상대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상상 속의 존재일 수도 있다. 자기 자신과 논쟁할 때가 그렇다. 하지만자기 성찰만으로는 정의의 의미나 최선의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없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게 아무리 형편없고 엉망이고 낮이 뜨거울 정도로 날것의 문장이라고 해도 진실이라면다 적었다. 처음에는 나의 진실이란 원래 그렇게 부끄러운 것인가 싶었다. 쓴 것들을 다시 들춰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내가 죽기라도 해서 누가 이 기록들을 보게 될까봐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쓰고 나면 그즉시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지만 나는 겨우 참았다. 그렇게 매일 아침마다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게 진실이 맞다면, 나는 그걸 견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그게 내게는 애도의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한 달 정도가 지난 뒤에야 나는 내가 쓴 것들을 다시읽을 수 있었다. 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 부끄러웠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일어난 일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사이에 그 일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노트의 여백에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적었다. 그러면서 진실을쓰는 일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됐다. 진실되게 쓴 문장들만새로운 의미를 얻었기 때문이다.  - P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을보면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두의 안식과 평화를 빕니다. - P22

 나는 그런 로즈에게 깊은계급적 친밀감을 느꼈다.  - P20

"쉽고 오래된 말, 다 안다 여긴 말, 그래서 자주 무시하고싫증 냈던 말들이 몸에 붙는 것 같다"고 아직 ‘인생‘을 얘기하기엔 좀 젊다 싶은 세 살 연하 애인에게 나는 장난스레 물었다.
-너는 그걸 누구한테 배웠어?
헌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농담하듯 받아쳤다.
-어린 시절 가난에게?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실과 자기 이해에 대해 임상심리사여서 더 잘 풀어나간 이야기같다. 각자의 고통을 타인이 함부로 하는지, 자신이 어떻게 함부로 하는지 지도에서 영토에서 볼수 있었다. 소설로 보니 보이는 거겠지. 나에게 달라붙은 이야기는 또 못 볼수도 있다.ㅠ 너무 몰입해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책이 짧기도 했지만. 작가 필명이 왜 유월인지, 표지가 예쁜 능소화인지 알 것 같다. 초여름 떠올릴 책이 한권 더 생겼다.

도연은 내팽개쳐진 자신을 그대로둘 수 없었다. 해진 마음을 끌어안으며 다짐했다. 누군가의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일로 만난 사람에게 마음 따위 주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어떤 것도 맡기지 않겠다고, 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참지 않겠다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키겠다고. - P119

 마음속에 느닷없이 부모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들이닥칠 때도 최선을 다해 모른 척했다. 그 마음이빚쟁이처럼 몰려와 어두운 웅덩이 속에 자신을 파묻는지도모르고, 그 컴컴하고 서늘한 곳엔 꾀죄죄한 질투심과 자기연민이 가득했다. - P158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 태도가 동옥의 관성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아갈 방향을 보면서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익숙한 방향만 바라보는 사람도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 것 같았다. - P181

그러나 더는 누구를 지향하지 않아서 도연은 조금씩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수밖에 없었다. - P191

 변하지 않는 게 변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다만 좋은 쪽일지, 나쁜 쪽일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었다. 좋은 방향으로 키를 맞춰두지 않으면 더 쉽고 편안한나쁜 방향으로 이끌려갔다. 매일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곁에 어떤 사람을 두는지에 따라 삶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래서 최소한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대안을 찾는 게 인생의 미션 같았다. 남아 있는 이들도, 동옥도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한 시절이 지나고 있었다. - P207

"그냥 일희일비하려고요. 기쁘면 기뻐하고 슬프면 슬퍼하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 P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다보면 계속 웃음이 나오고 결국엔 짠해지는 소설이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살아 가고 있는 나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웃지 않을 수없다. 슬퍼지지 않을 수 없다.

준수는 강원도를 향하는 내내 말없이, 어쩐지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로 앉아 있었는데, 나는 그게 단순히 우리 미취업자들의 일상 표정이라고만 생각했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과 땀에서 배우라는 말, 그 말들을들을 때마다 우리는 점점 무표정하게 변해갔고, 결국은 지금준수가 짓고 있는 저 표정, 그것이 평상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웬만해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 P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