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헤어리스 크리스찬스‘ (대머리 기독교도들)라고 들었고, 오랜 세월 그렇게 알고 있었다. 나는 제대로 가르쳐주면서, 사실 그녀가 그리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힌두교도들도 사랑의 용량에 있어서는 대머리 기독교도들과 같다고, 이슬람교도들이 모든 사물에서 신을 보는 방식이 수염 난 힌두교도와 같고, 기독교도들이 신에게 헌신하는 마음은 모자를쓴 이슬람교도와 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 P82
흰 벽으로 둘러싸인 현관홀은 말끔했다. 테이블과 벤치는 짙은 색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제는 흰 성직복을 입고 있었다단정하고 소박하고 단순했다. 나는 평온함에 휩싸였다. 내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분위기보다는, 그가 거기 있다는 열린마음으로 인내심 있게 사실이 본능적으로 이해된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그와 대화하고 싶을 경우에 대비해서 거기 있다는것. 영혼의 문제든, 무거운 마음이든, 어두운 양심이든, 무슨 말올 해도 그가 사랑으로 들어주리라는 것. 그가 맡은 일은 사랑하는 일이었고, 그는 최선을 다해서 위로해주고 길잡이가 되어줄터였다. - P85
십자가의 신이 인간의 비극을 가장하는신이라면, 그리스도의 열정은 그리스도의 광대 짓으로 변한다. 아들의 죽음은 사실임이 분명하다. 마틴 신부는 내게 그 일이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한번 죽은 신은 계속 죽은 신이건만 부활까지 했다. 아들은 그의 입에 영원히 죽음의 맛을 간직하리라. 삼위일체도 그것에 오염되리라. 틀림없이 하느님 아버지의 오른손에서 악취가 나리라. 공포는 사실이리라. 왜 신은 그런 것을 자신이 떠안으려 할까? 왜 죽음을 인간들에게 남겨두지않을까? 왜 아름다운 것을 추하게 만들고, 완벽한 것을 망칠까? 사랑 때문에, 마틴 신부의 대답은 그랬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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