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꽃과 잎이 무성해지기 전, 느릿느릿 걸으며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맘때의 산책이 왜 그리 좋은 걸까 생각해보면, 그건 꼭 모르는 이의 블로그 일기를 볼 때와 비슷해서인것 같다. 누군가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쌓아올리고 있는지, 어떤 고단함에 무릎이 꺾이고 어떤 즐거움에 혼자 웃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 힘을 얻을 때처럼. 자연의 작디작은 것들이 각자 써 내려가는 오늘 치의 일기를 보는 기분이다. - P73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땐 큰 질문은 쪼개서 작은•질문으로, 큰 시간은 쪼개서 작은 시간으로 1년이 막막하다면 다만 봄의 하루를 성실하게. - P74

긴 겨울을 지나는 동안 문득문득 설렜다. 제철 행복을 미리심어두는 건, 시간이 나면 행복해지려 했던 과거의 나와 작별하고 생긴 습관이다. 그때 나는 ‘나중‘을 믿었지만 그런 식으로는 바쁜 오늘과 바쁠 내일밖에 살 수 없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 지친 목소리로 자주 그렇게 말하는 동안 알게 됐다. 무얼 하든 무엇을 ‘하는 데에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밥을 먹는 데에도, 산책을 하는 데에도, 대화를 나누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원하는 시간의 자리를 마련해줄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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