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 전 학교 도서관 사서샘에게 추천 받은 책을 이제야 읽었다. 그 때 읽고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좋은 책을 추천했던 샘에게 또 좋은 책을 추천받고 싶다. 심시선과 그의 가족들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로 살지 않았던 심시선 덕에 그의 딸들은 편견과 맞서 싸울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화수처럼 한국의 혐오의 따가움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사람도 있고 명혜와 경아처럼 이 따가운 세계에서 버텨주는 여성도 있다. 헌신적인 엄마가 되지 않은 나에 대한 스스로의 낮은 평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심시선처럼 아들에게 몸을 낮추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거의 곰만하게 커다랗고 복슬복슬한 개가 조그만 요크셔테리어가 오는 걸 보더니 한 이십 미터 앞에서부터 납작 엎드꼬리를 살랑살랑하며 기다리더라고. 인사하고 싶은데 자기 덩치에 요크셔테리어가 겁먹을까봐 미리 몸을 낮춘 거지. 엄마가 그장면에 감탄하면서 나한테 그런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그랬어." - P317

"할머니 덕에 중산층이 몰락하는 시대에 몰락하지 않을 수 있었죠. 행운이란 걸 알아요. 그래도 요즘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걸 모조리 경제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공기가 따가워서 낳지 못하는 거야. 자기가 당했던 일을 자기 자식이 당하는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어서 혼자서는 지켜줄 수없다는 걸 아니까. 한국은 공기가 따가워요." - P322

만약 혹독한 지난 세기를 누볐던 여성 예술가가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일가를 이루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고싶었다. 쉽지 않았을 해피엔딩을 말이다. 또 예술계 내 권력의 작동방식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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