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론집의 책머리에는 ‘삶의 어느 법정에서건 나는 그녀를 위해 증언할 것‘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도대체 얼마큼 믿는 것일까.
얼마큼 아는 것일까. 얼마큼 사랑하는 것일까. 나는 누구에게 그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누가 나에게 그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금 안 밟았다고, 내가 다 봤다고 말해주는 화면 속 여자애의 얼굴을 영영 잊을수 없을 것 같다. 속거나 지거나 당하지 않기 위해 증거를 확보하느라 바빴던 내 유년기도 참 고단했는데, 아무런 무기도 방패도 없이증언자로 나서기까지 그 애가 견뎠을 온갖 서러움들은 감히 헤아리지도 못하겠다. - P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