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윌리엄 스토너는 젊은 동료들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 기억 밑에 고생과 굶주림과 인내와 고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그가 분빌에서 농사를 지으며 보낸 어린 시절을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지만, 무명의 존재로서 근면하고 금욕적으로 살다 간 선조들에게서 혈연을 통해 물려받은 것에 대한 지식이 항상 의식 근처에 머무르고 있었다.
선조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세상을 향해 무표정하고 단단하고 황량한 얼굴을 보여주자는 공통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비록 스토너는 그들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의식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심연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항상 단단하고 황량한 표정을 짓게 되었던 그 10년 동안, 그런 표정을 공기만큼 친숙하게 알고 있던 윌리엄 스토너는 어렸을 때부터 겪은 전반적인 절망의 징조를 보았다. 좋은사람들이 번듯한 생활에 대한 꿈이 깨어지면서 함께 망가져서 서서히 절망을 향해 스러져가는 것이 보였다.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도는그들의 눈은 깨진 유리조각처럼 공허했다. 그들은 스스로 처형장을향해 가는 사람처럼 고통스러운 자존심을 품고 남의 집 뒷문으로 다가와 빵을 구걸했다. 그것을 먹으면 다시 구걸에 나설 기운을 얻을 수 있을 터이니 한때 허리을 꼿꼿이 세우고 자신있게 걷던 이들이 이제는 부러움과 증오가 깃든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P3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