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들에게 처음 영문학을 가르치면서 허둥거리던 그 시절부터 그는 자신이 영문학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강의실에서 전달하는 내용 사이에 커다란 틈이 있음을 항상 의식하고 있었다. 그때는 시간이 흘러 경험이 쌓이면 그 틈이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가장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감정들이 강의에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생기가넘치던 것들이 그가 하는 말 속에서 시들어버렸고, 그에게 가장 감동을 주었던 것들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각 때문에 너무 고민한 나머지 이제는 그 고민이 습관이 되어 구부정한 어깨만큼이나 그의 일부가 되었을 정도였다.
- P156

 하지만 강의가 끝난 뒤 학생들이 그를 찾아오기 시작하고 과제물에도 조심스러운 애정과 상상력이 드러나기시작하자, 그는 기운을 얻어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문학, 언어, 정밀하고 기묘하며 뜻밖의 조합을 이룬 글 속에서 그 무엇보다 검고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그는마치 위험하고 부정한 것을 숨기듯 숨겨왔지만, 이제는 드러내기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대담하게, 종내는 자랑스럽게.
- P157

10년이나 늦기는 했지만, 이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차츰 알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발견한 새로운 자신은 예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하기도 하고더 못나기도 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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