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담임을 하고 난 뒤에 이 글을 읽으니 아주 새롭게 다가온다. 학교라는 곳에 오는 것이 아이들에게 그렇게 큰 사건인 줄 몰랐다. 처음 1학년을 했을 때보다 훨씬 너그러워지긴 했지만 아이들을 알아주지는 못한 것 같다. 아이들의 상실감에 사회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냈을까?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한 행동들 아직도 자기를 잃어버리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이라고 보았던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시 헤아려보게 된다. 내가 아이들에게 비빌언덕이 되어주고 있나? 아이들이 사회로 나오도록 안내하고 있나 생각하게 된다. 요즘 엄마와 아이가 너무 밀착되어 아이들에게 사랑을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은 것 같다. 엄마 옆자리에 아이를 여전히 두고 싶어하는 엄마들도 많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잃어버리고 새로운 관계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책. 꼭 읽어봐야 하는 책 인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이르러 아이들에게 진짜 어려움이 닥치게 됩니다. 대랑의 상실이 일어나고 힘겨운 애도의시간을 줄줄이 견뎌내야 합니다. 조금씩 잃고 조금씩 채워가는 리듬이 보장되지 않고, 한꺼번에 잃고, 미처 채우기 전에 또 잃을 수 있는 처지에 놓입니다. 무슨 일일까요? 네, 바로 학교에 가게 된 것입니다.
잘하던 것을 못하게 되고, 못하는 것을 만나게 되고학교에 가는 순간 아이는 먼저 자기 땅을 잃습니다. 학교는 더 이상 사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 P192

아이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잘하는 나가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나, 혹은 잘하려고 노력하는 나, 잘하기보다는 즐겁게 하는나, 남이 잘하는 것을 응원하는 나가 되는 것도 결국은 나를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고 이전의 자신의 모습과 헤어져야 합니다.  - P195

 지식은그렇게 우리가 도저히 풀 수 없는 미스터리와 마주하면서느낄 수밖에 없는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방패막이가되어줍니다.
- P248

아이가 실망과 좌절을 하는 상황은 항상 다른 사람과의비교,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기대감에 있습니다. 이는 성인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고, 그 기대감을 스스로 채울수 없을 때 실망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이 잘못되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절망할 때가 아닙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자기에게 없거나 자기가 뺏겼다고 여기는 것을 채우는 방법을 누군가에게 물었을 때, 다시 말해 해답을 달라고 누군가에게 요구했을 때, 그에 대한 답을 제대로 얻지 못할 때 생깁니다. 지식의 효과, 공부의 역할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지점에 있습니다.
- P226

좋아하지도 않고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라면, 답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멀어져버린 공부와 나의 관계를 좁혀주고, 상실되었던 발견의 지점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것입니다. 연구의 장 안으로 발견의 체험을 밀어 넣는 것이죠. 바로 거기에 학교와 선생님들의 역할이 있습니다. 책에 잘 설명되어 있는 것을 다시 잘설명하는 일, 학원 선생님이 잘 설명한 것을 다시 설명하는일이 선생님의 역할이 아닙니다. 지식의 전수와 관련된 선생님의 역할은 객관적인 차원으로 분리되어 나간 공부와아이의 사이를 좁혀주는 일입니다.  - P231

책이나 전자매체를 통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가지식과 단독으로 관계를 맺는 일입니다. 하지만 중간에서선생님이 전달해준다면 나와 선생님과의 관계가 생깁니다.  - P236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학생에게 말을 하지만, 그 못지않게 학생의 말을 들어줘야 합니다. 한편 학생은 선생님의말을 듣고, 또 선생님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말을 하는 순간, 내 말을 들어주는 ‘너‘가 생기고 ‘너‘로 인해나는 1인칭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다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학교에 가면서 발생하는 상황, 주인공을 맡던 무대에서 내려와 나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일들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를 보상해주는 방법이 됩니다.  - P235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친구들에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한다면 그것은 조금 다른 의미를 품습니다. 거기에는 어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랑하고 어른에게 인정받고싶어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인정을 통해 아이 자신과 삶이가치 있어집니다.
- P237

 선생님은 아이를 사회적인 장으로 이끄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사회의 중간에 서 있는 선생님의 과업입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 가능하면 자신의 것을 최대한보존하면서 지식과 사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방향을 잡아줘야 합니다. 선생님 없이 아이 혼자 지식과 사회를 마주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삶이 객관적인 체계에서 어느 지점에 상응하는지 찾기 위해 훨씬 더 오래 방황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고, 말하기를 멈추고 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이에겐 낯설고무언가를 뺏기는 것 같은, 그보다 더한 경우라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듯한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실감은 반드시 겪어내야 하지만, 그로 인해 회복되지 않는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됩니다. 사회의 지식을 대표하는 선생님음 말 그대로 선생님으로서 바로 그 사회의 지식을 통해 아이가 겪는 상실도 함께 극복해나가고 그 상실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인도해주어야 합니다. - P251

 그것을 해결하고 그 흔적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우리에게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나의 고통과 좌절을 알아주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나의 노력을 응원해준다고 믿을 수 있어야만 나의 힘든 노력이 공허하지 않게 됩니다. 내가 의지하는 사람, 내가 의지하는 법, 내가 의지하는 사회 체제는 내게 결코 정답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부름에 대한 응답은 얻을 수 있어야합니다. 어떤 응답도 없는 세상에서는 살아볼 용기를 낼 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때, 우리는 부모로서, 선생으로서 그에 대해 응답해주어야 합니다. 직접 나서서 그러기이 아니라, 적어도 그 아이가 정말로 고통스러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아이가 그것을 이겨내도록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는 것을, 그리고 그 노력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 P254

아이의 보호자의 윤리에는 아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P256

어떤 친구냐면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해주는‘ 친구들이죠.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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