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자들의 외로움은 지독하게 이어지지만 그 고립이 정확하게 이해되는 순간어떤 연대가 된다.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무서우면서도 이해가 되는 이야기이다. 사라지는 여성들을 소멸로부터 구하는 것은 정확한 이해인가보다.

어째서, 세월이 아무리 지나고,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무감해질수 없는 걸까. 상처를 받는 일은 끊임없이 생기는 걸까. 종숙 언니는 열심히 살았다. 다르게 살았다. 그러니까, 자식들을 앞에 두고
"네 아버지 때문에 나까지 급이 떨어진다"라고 말하는 삶, 자식보다 자신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한 삶, 그것 때문에 다썩어빠진 집에서 냄새를 풍기며 늙어가는 삶. 그것과는 다른 삶,
이 년 전, 남편은 종숙 언니에게 당신은 장모님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들 재산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고 모두 잃었을 때였다. 그는 그녀에게 치를떨며 말했다. 당신은 끔찍한 사람이고, 엉망진창이고, 이루 말할수 없이…… 똑같아. 당신 엄마랑 똑같아. 사는 내내 그녀는 그를몇 번이나 용서했다. 그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다른 삶이었다. 그런데 그 세월 동안 단 한 번, 오직 단 한 번의 실수 앞에서 남편은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 P32

효정이 하은사에 온 이후로 처음 얻은 깨달음은 불경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것이었다. 출가를 한 승려는 무성의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는 규율은 누구나 다 아는 전제조건이지만, 비구니는결코 무성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신도들은 이상적인 여성성을 하은사에서 만끽하고 싶어 했다. 효정은 그들의 욕망에부합하는 것이 쉬웠다. 어떤 감정 속에 놓여 있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을 때, 하은사는 유명한 비구니 사찰이 되었다. 효정은 은사 스님으로부터 주지 직책을 받았다. 두 명의 제자가 더 있었지만 은사 스님은 세 번째 서열인 효정을 주지로 택했다. 비구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온화한 미소였다는 사실을 가장 잘 이해한 효정의 승리였다.
- P111

콜라의 거품이 넘쳤을 뿐이다. 그걸 닦으면 끝인데도 우리는‘너는 왜‘라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우리는 말이 통하나? 같은 언어를 쓰나? 콜라의 거품이 넘쳐서 우리는 싸웠고 바벨탑은 부서졌다.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이 상관을 하며 굴러간다. 나는 견딜수 없는 것이 있고 홉도 견딜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는 마음에상처를 입었는데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뭐라도 찢어발겨야지.
- P212

오필남 선생이 무언가를 예언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그건 네생각이고‘ 라고 대꾸한다. 예언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 터득한방법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오필남 선생의예언에 짓눌려 살았다. 이보배처럼,
- P219

우리는 둘 곳 없는 퍼즐을 맞춘다. 우리는 부순 적이 있다. 그러므로 더 많은 퍼즐을 맞출 수도있다. 그다음을 생각하면 할 수 없다.
- P230

이 환상성은 여성들 안에 한없이 취약하기에가학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정서가 늪처럼 하나의 기반을 이루고있음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단순히 현실을 견디는 대신, 매 순간 강렬하게 경험하는 능력으로 다른 여성들의 죽음을자신 안에 통합시키며 살아간다. 그렇게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의존재를 소멸로부터 구해내며, 현재의 자신을 소멸시키고 싶은 욕망까지도 기꺼이 견뎌내는 것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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