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팬이어서 산 책이다. 김혼비 글은 너무 좋다. 그의 시선이 마음에 든다.

엄마를 탓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걸 보고는 아이에게 미안해할 엄마들이 떠오를 때마다, 항변하고 싶었다. 전혀 쓸쓸하지 않았던 아이들 역시 많았다고, 우산 속 나의 자리도 아늑했겠지만 우산밖 빈자리가 우쭐했던 아이들도 분명 있었다고, 그 빈자리를 스스로 채워 가며 커 간 아이들이 갖게 되는, 산성비도 부식시키지 못할단단한 마음 같은 게 있다고. 설령 그렇지 않았던들 그건 엄마들만미안할 일이 절대 아니라고, 당시에는 우리들 모두 너무 어려서 사회가 ‘엄마‘에게 소급해서 씌우는 책임의 무게를 잘 몰랐다. 뒤에서수군거리는 어른들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런 어른들이 미디어에나쁜 엄마들을 만들어 내고, 우리의 존재를 지워 버렸다는 건 잘몰랐다. 그래서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그래서 한 번쯤 꼭 말하고 싶었다.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그 시절을 우리가 어떻게 통과했는지에 대해서, 그런 우리들도 있었다고, 분명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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