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육체의 고단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까? 이 일을 하면서 마주하는 자리는 가장 비참한 자리일 것이다. 그 곳에서 남은 물건들 속에서 그 사람들을 기억해주고 존중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장 힘들게 생의 마지막을 보낸 사람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작가의 태도가 무척 감동적이다. 글을 읽는 내내 숙연해졌다. 내가 어떤 죽음을 맞이한다하더라도 이런 분들이 있어 안심이 될 것 같다.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으로 밀어붙인 것만으로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세울까?
- P197

나처럼 온갖 일을 겪으며 매사에 동요가 없어진 무감한자보다는 좀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과 대화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건 전화였다면 말이다. 죽은자의 집을 치우는 견적을 정확히 내겠다며 내가 건넨 질문하나하나가 아직 살아 있던 그의 가슴 곳곳을 예리하게 찔러대는 송곳이 되지는 않았는지, 건넨 단어 하나하나가 자기의 죽음을 실감케 하는 비정하고 뼈저린 암시가 되지는않았는지.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고, 고개 들 염치도 없다.
신이 계신다면, 그 남자가 생전에 의지하고 믿었던 신이 어딘가에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그 품으로 불러 단 한 번만 따스하게 안아주실 수는 없는지.
- P198

하지만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機轉이 되리라 믿습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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