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기절한다!
김혼비의 아무튼 , 술을 읽고 팬이 되어 김혼비의 모든 책을 읽어버리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운동을 싫어하는 나에게 축구책이란... 영 내키지 않았다. 그치만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축구 이야기라도 김혼비라면!! 하고 책을 들었다. 정말 호쾌하고 우아하다. 여자가 축구를 한다는 것에 대해 그들의 기량이 자신보다 더 뛰어남에도 맨스플레인을 하는 남자들에게 우아하게 로빙슛을 보여주었을 때의 호쾌함. 자신과 직접 맞닿는 면에서 축구하는 여자들. 편견과 차별의 선을 넘나들며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신이 난다. 무료로 관람하는 wk리그에서 뭉클함,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반짝반짝 빛이 나는 모습들, 부상 당한 선수에게 우리 여기 다 있다고 한마음으로 응원할 때의 가슴벅참도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에 wk리그를 하면 꼭 한번 가서 보고 싶다. 축구에 전혀 관심없고 싫어하기까지 했던 내가 이 책을 보고 호나우드의 스텝오버영상을 찾아보기까지 헀다. 1어시스트와 1골의 김혼비를 응원한다. 계속해주기를.

무심코 대화를 듣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서 당황했다.
아무도 울지 않는데 이 중에서 가장 이방인인 내가 대체 왜, 대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저 묵직한 간절함이 말의 마디마디에 배어 나오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그들만이 알고 있을 시간들 속에서 그들이 우는 것을 본 것만 같았다. 저기 쓰러져 있는 저 선수는 언젠가의 누군가였을 것이고, 언제나 모두의 공포 속 바로 자신이었을 것이다. "십자인대면최소 6개월 재활인데요……."라고 응원하느라 약간 쉰 목소리로 말하는 금미처럼.
- P213

김나래! 힘내라! 김나래! 우리 여기 다 있다!
- P214

그중에서도 우리 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여자 축구팀 전반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령대가 40~50대라는 점이 제일 흥미로웠다. 대중 매체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미혼 남녀의 싱글 라이프나 40~50대 남성의 일상을 세밀하게 보여 주느라 심혈을 기울이는 그 뒤에서, 같은 연령대인 40~50대남성이나 같은 성별인 20~30대 여자들에 비해 자신만의 취미활동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주체로서의 이미지에서 비껴 있는40~50대 여성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축구공을 뻥뻥 차고, 노래방 대신 플스방(플레이스테이션방)에서 몇 시간씩 축구 게임에몰두한다는 걸 알았을 때 조금 통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예능 프로그램들이여, 이제 좀 40~50대 남성들 말고 다른 데로 카메라를 돌리자.) - P268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운동‘이 되는 순간이다. 일상에서 개인이 편견에 맞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건 결국 편견의 가짓수를 줄여 나가는 싸움 아닐까 - P272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인데, 사회가 욕망을 억눌러서 생겨나는 이런 작은 ‘뿐 ‘ 들이 모여 운동이 되고 파도처럼 밀려가며 선을 조금씩 지워 갈 것이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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