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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각자의 방 안에서 홀로 독서 혹은 독해를 했다면 시를 읽고 ‘인체적으로 감응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경험이라는 체에걸러진 것만을 본다. 니체는 어느 누구도 책이나 다른 것들에서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얻을 수 없다며 "체험을 통해 진입로를 알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들을 귀도 없는 법"이라고말했다. 사적 독서가 아무래도 아는 지식을 재차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공고히 할 위험이 있다면, 함께 읽기는 이를 피해갈 기회가 주어진다. 자기 경험이 놓친 부분을 다른 동료의 경험으로 발견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느낌의 자장에, 의미의 풍요에 겹겹이 포위된다. 제아무리 난해한 마르크스의 철학도 임금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거부감 없이 해석해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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