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은 얻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으로 버려진 아이. 세번의 입양과 파양을 겪으면서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냥 내 주변에서 묵묵히 살아간다. 그 아픔 그대로 가지고 살아간다. 설이에게 이모처럼 있어줄 사람이 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곽은택선생님네 가족은 부유하지만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 주지 못한다. 자신의 어린시절을 해결하지 못해 시현이를 그대로 봐주지 못한다. 나도 아이를 그대로 봐주고 사랑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설이처럼 어디서나 설 수 있길. 춤출 수 있길 응원한다.

P.164
나는 꿈꾸던 훌륭한 부모를, 곽은태 선생님 부부는 꿈꾸던 훌륭한 딸을 얻은 기쁨으로 힘든 것을 퉁쳤다. 하지만원래부터 곽은태 선생님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시현은 아무 노력없이 그 집에 살 권리가 있으므로 그 기쁨과 노력에 동참하지 않았다.

P185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에게 꾸 역꾸역 밥을 먹여서 숨 쉬고 살아 있게 만드는 것뿐인데, 아코 없이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는 100만 년을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 이 분명하다.

P197
놀랍게도 그분은 수많은 아이를 돌보는 원장님이셨는데도 어린아이들의 굳어진 어깨나 작은 한숨들이 의미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이거의 없으셨어.

P223
내안에는 태어나자마자부터 방울방울 쌓인 억울함의 휘발유가 가득고 그것에 쉽사리 불이 붙어 폭발한다. 나는 사나운 아이다.

P226
춤을 잘 추는 아버지와 춤을 잘 추는 시현이 사이에서 곽은태 선생님은 미움의 덫에 걸렸다. 내가 지금도 음식물 쓰레기통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내가 들어갔던 그 쓰레기통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나는 거리 모퉁이마다 그것을 만나고, 몸서리치고 증오했다.

P244
나는 이 달콤한 무심함을 시현에게 한 숟갈만 떠먹여주고 싶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 최고의 가정에서 자란 시현이 단 하나 가지지 못한 바로 그것, 허술하고 허점투성이인 부모 밑에서 누리는 내마음대로의 씩씩한 삶 말이다.

P274
나는 어디에도 설 수 있다.
나는 춤추고 있다.

아이들이 침묵하는 세상은 옳지 않다. 아이들이 되바라지게 자기 주장을 내뱉을 때,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받아주는 진짜어른들이 많아져서 세상이 좀 더 시끌시끌한 곳이 되면 좋겠다. 이 소설 《설이》로 나는 세상 아이들에게 졌던 마음의 빚을 조금은 갚았다. 그것은 정말 기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소중하고,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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