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이런 형식의 옴니버스식 소설이 너무 좋다 절묘하게 올리브가 각 단편마다 등장하게 하는 작가의 솜씨가 좋다. 올리브는 무뚝뚝하지만 교사여서 그런지 젊은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사랑이 있다. 거식증에 걸린 니나나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인 소년에게도.(이건 리마증후군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 대한 기본 사랑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은 왜 돌보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올리브 자신에게도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삶이 버거웠을 수도 있고 헨리는 언제나 착한 사람이고 자신은 악역을 담당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아내나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연민과 애정을 갖는 것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인 것 같다. 결국 올리브도 자신을 아들이 필요로 했을 때. 잭이 올리브를 필요로 했을 때 세상에 자기의 자리가 있다고 믿는다.
여기에 마오는 마을 사람들은 슬프다. 그래서 애정이 간다. 그들의 삶이 존중받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묘사가 매우 아름다웠다.

P403
하지만 아들 뒤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올리브는 때로 이 모든 일 속에서도 깊은 외로움을 느끼던 때가 있었던걸 기억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몇 해 전, 충치를 때우면서 치과 의사가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턱을 살며시 돌리는데, 외로움이 너무 깊어서인지 그것이 마치 죽도록 깊은 친절인 것처럼 느꺼져 올리브는 샘솟는 눈물을 숨죽이며 삼킨 적이 있었다. ("키터리지 부인, 괜찮으세요?" 치과 의사는 물었다.)

P448
복도를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오는데 머릿속에서 아까 들은말이 되풀이되었다.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권리가 있다. 권 리가 있다, 권리가 있다.
체포되어도 좋으리라. 그들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P461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틔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 언젠가는 면역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 떠오르는 태양에 강물이 너무반짝여서 올리브는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P495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한 인터뷰에서 "일상적인 매일의 삶이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존중할 만한 것이라는 점"을독자들이 느끼길 바란다고 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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