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223 다른 길. 이제는 그 다른 길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정신은, 혹은 마음은, 둘 중 어느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요즘좀 느려서 보조를 맞추지 못했고, 그녀는 점점 더 빨리 도는 공위에 올라가려는 뚱뚱한 들쥐가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공을 네발로 긁을 뿐 그 위에 올라가지는 못했다.

P224 그 밤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올리브는 그 일 이편의 비밀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늘 눈물을 흘렸기에, 마치 소년과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여드름쟁이 붉은 머리 소년과 그 겁에 질린 얼굴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에. 그녀는 소녀원 정원에서 오후 작업에 열심일 소년을 그려보았다. 간수의 허락을 받은 올리브는 오늘 소 프로에서 산 원단을 가지고 소년에 게 원예용 작업복을 만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꾸 마음이쓰였다. 미드코스트 파워에 다니는 남자에게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주었을 캐런 뉴턴처럼. 연모의 정으로 가련히 시들어가는 캐 런처럼, "내 할머니라고 해서 내가 꼭 당신을 사랑하란 법은 없잖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낳은 캐런처럼.

P227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이 그저 찰나가 아니라 선물임을 아는 것이라고, 게다가 사람들이 연중 이맘때를 이렇게 열심히 기념하는 것은 또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P293 하지만 그 여자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기분이 나아지길 바라며 루이즈 라킨을 찾아간 것은 잘못이었다. 또한 가고 싶으면 가라고 헨리에게 말했다고 해서 그가 죽으리라고 생각한 것도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세상에서, 이 이상하고 불가해한 세상에서그녀는 자신이 대체 누구라고 생각했던 걸까? 올리브는 옆으로돌아누우며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당기고 트랜지스터라디오를켰다. 튤립을 심을 것인지를 곧 결정해야 할 것이다. 땅이 얼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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