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의 소설 중 덜 기이하다. ㅎ 중학생이 되는 아들에게 읽히려고 사줬더니 재미있다고 단숨에 읽어서 나도 읽어보았다. 재미있다. 내가 알던 청기와 주유소가 정말 없어졌나싶고 만화로 표현된 부분도 재미있다. 밑줄 친 부분이 마음 아프다. 이런 외모 때문에 이런 환경 때문에 신경질도 못 내었다니 마음이 아프다. 마지막에 씨름 내기를 혈육을 통해 물려줄 수 없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 신경질이 솟구쳤다.
그냥 신경질이 아니었다. 이십몇 년 어치의 신경질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한 번도 신경질을 내본 적이 없었던 거다. 제대로 신경질을 내 본 적이. 나의 무겁고 둥근 몸, 그런 몸을 가지고 신경질을내면 모두 꼴사납다 여겼으므로, 뚱뚱하고 둔해 보이는 아이가 신경질을 내면, 부모가 키우지 않는아이가 신경질을 내면 아무도 받아 주지 않았으므로…… 내가 먼저 구기고 숨기고 모른 척했던 신경질이었다. 화를 낸 적은 있었어도 신경질을 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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