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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언니는 도깨비
미혜 지음 / 키다리 / 2023년 6월
평점 :
나는 내 책을 고를 때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우선 표지부터 끌려야 한다.
반면에 아이 책을 고를 때는 목적을 먼저 봐왔던 것 같다.
이러이러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지금 평인이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이제는 평안이가 슬슬 책을 가려읽기 시작한다.
평안이의 취향을 고려해서 책을 선정해야 책을 잘 읽지 않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ㅎㅎㅎ
이번에 고른 책은 『쉿! 언니는 도깨비』라는 제목의 책이다.
제목만 봐서는 책 내용을 유추하기가 어렵고, 제목 자체도 참신하다.
그냥 '언니는 도깨비'가 아니고 앞에 '쉿!'을 붙여 비밀스러움을 자아낸다.
무슨 내용일까? 표지도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한 몫 한다.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한쪽 슬리퍼 없음) 뾰루퉁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언니.
그런데 언니의 그림자 속 얼굴 표정이 도깨비다.
책 속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다.
어마낫, 평안이도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인데!
그런데 평안이와 책 속 주인공은 성격과 가정환경이 조금 다르다.
평안이는 쾌활한데 이 여자아이의 성격은 소심한 듯하고,
평안이는 외동인데 이 여자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인 친언니가 있다.
언니가 예전에는 자신과 잘 놀아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놀아주지를 않고 관심도 없고 말을 붙여도 대답도 안한다.
바로 사.춘.기!!!
초등학교 1학년인 여자아이는 사춘기에 대해 모르니까 언니가 갑자기 왜 그렇게 변했는지 모르겠고 속상하고 서럽기만 하다.
마침 그 즈음에 도깨비에 대해 관심이 많은 친구와 어울리게 되면서, 여자아이는 언니가 도깨비일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꿈 속에 언니로 추정되는 빨간 도깨비가 등장하고 이야기가 얽히고설키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평안이가 나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취향에 맞고 재미있게 읽은 것이 느껴졌다.
초등학교 1학년 대상의 책을 선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유아용 책은 글밥이 적고, 페이지 수도 적고, 내용이 유치하다.
반면에 초등학교 저학년 책은 글밥이 많고 그림은 적고 페이지수가 많다.
물론 그 책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에 평안이도 그런 글밥이 많은 책을 읽을 줄 안다.
하지만 내용이 재미있지 않으면 그런 책들은 손에서 놓아버리곤 한다.
이 책 『쉿! 언니는 도깨비』는 글밥은 적지만 페이지수가 유아용 책보다 많아서 초등학교 1학년이 읽기에 적당한 것 같다.
그리고 내용이 유치하지 않으면서 재미있다.
언니, 사춘기, 짝꿍, 도깨비, 보물 몇 호 등의 소재로 구성이 짜임새있다.
평안이가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내가 평안이에게 이 책이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봤다.
이런 질문은 평안이가 줄거리를 조리있게 말해주기를 기대해서 하는 질문은 아니고,
읽은 내용을 다시 생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면서,
그 언어 표현이 결과적으로 정확하지 않더라도 사고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말하기 능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묻는 것이다.
평안이 대답이, 언니와 싸워서 언니가 도깨비처럼 느껴지는거라고 했다.
그래서 뒷 내용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읽으면 다 알게 된다고, 나보고 어서 읽으란다. ㅋㅋㅋ
평안이의 독촉에 나도 책을 다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궁금했다.
평안이는 언니가 왜 동생과 안놀아줬는지 알까? 사춘기에 대해 알까?
책에 사춘기여서 그렇다는 뉘앙스가 별로 없다.
그래서 언니가 예전에는 동생과 잘 놀아줬는데 지금은 왜 잘 안놀아 주는 것 같은지 평안이에게 물어봤다.
평안이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책 뒷면에 '사춘기'라는 단어가 나오길래 이 단어를 아냐고 물어봤다.
안단다.
그래서 사춘기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목소리가 바뀌는거란다.
오호~ 어느 정도 알고 있고만~
그래서 평안이의 대답에 더 추가를 해서 사춘기에 대해 설명해줬다.
뭐, 깊이 새겨 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ㅋㅋㅋ
그래도 나중에 보면 애들은 다 기억하더라... ㅎㅎ;;; 무섭게시리~~~ ㅎㅎ;;
이번에는 엄마가 바라는, 엄마가 결정한 교훈이 책에 있길 바라는 생각을 훌훌 털어버리고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과정 자체로,
읽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좋은 씨앗이 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