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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안의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15가지 약의 결정적 순간
키스 베로니즈 지음, 김숲 옮김, 정재훈 감수 / 동녘 / 2023년 7월
평점 :
너 T야? F야?
요즘은 이런 질문이 유행하던데
나는 나이를 먹어서,,,
너 문과야? 이과야?
이런 질문을 적고 싶은 지금... ㅎㅎ;;;
나는 T이고 이과다.
전공은 과학.
굉장히 딱딱해 보이는 프로필이다.
(그래도 수학은 피했어. 아싸~ㅋ)
역사는 더럽게 못하는데 알고는 싶다.
그래서 과학과 관련된 세계사 책을 종종 찾곤 한다.
전공이 과학이기는 하지만
과학이 '물, 화, 생, 지'로 나눠지기 때문에
생물을 주력으로 한 나는
나머지 '물, 화, 지'를 더 연구한다.
화학 파트 수업을 할 때
아스피린, 페니실린 등 의약품에 대해 나온다.
아는 내용이라 수업할 때 어려움은 없지만
그래도 좀 더 재밌게 수업하고 싶고,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싶다.
마침 『약국 안의 세계사』라는 따끈따끈한 신간이 나왔다.
목차를 쭈욱~ 보니 수업 때 소스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읽어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 보니 정말 묵직한 책이다.
총 384쪽으로 물리적으로도 묵직하지만
내용적으로도 묵직하다.
우선은 약을 개발하게 되는 과정!
우리에게는 '페니실린'하면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반면에 이 책에 실린 일화는 그런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여러 과학자와 여러 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 시기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기에 걸쳐
이전의 사건이 이후의 사건에 영향을 주면서
약이 발달되어간다.
한 약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려면 초집중해서 읽어야한다.
종합하면서 그리고 구분해가면서!
하나의 약이 탄생하는데 여러 과학자의 노고와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사슬 같은 과학자들의 연결 고리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빠졌더라면,
한 사람이라도 소홀했더라면
지금의 그 약은 없었을 것이다.
그 약 덕분에 편안한 지금의 나의 생활도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세틸살리실산 개발에 관한
아이헨그륀의 공이
인정 받지 못한 일에 함께 가슴 아파하고 슬퍼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없이 도전했던 에디슨의
페놀 음모론 내용을 보며
충격적이기도 했다.
과학이, 어떤 작은 분자 하나의 발견이,
한 종류의 신약이
단지 질병을 치료하거나 증상을 없애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세계의 역사와 경제를 뒤흔드는 과정을 보며
스펙터클했고 공감도 했다.
우리의 일상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이
개별적으로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모일 때 무척이나 소중함을 탄생시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도 약을 개발해낸 과학자들처럼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앞서도 언급했지만 묵직한 느낌이 든 이유 중 또 하나는
이 책이 대학 시절에 보던 전공책을 떠오르게 했다는 점.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이 책이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은 아니다.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약과 관련된 분자의 이름과 그 기작이 나오면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과학 지식을 넘어선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과생인 나에게 역사는 아직도 어렵긴 하지만
과학과 버무린 세계사를 이렇게 또 한 번 맛보았다.
책은 다양한 맛이 있어서 언제나 날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