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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조금만 더 ㅣ 모든요일그림책 7
소연정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3년 1월
평점 :
1월 초에 평안이와 함께 미술 전시회 관람을 하고 왔다.
평안이가 네 살 때 미술 전시회(에바 알머슨 작품전)에 갔을 때는 작품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여덟 살이 되어서 가니 이게 왠걸?
작품에 초집중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작품에 대한 느낌을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씨킴 작가의 전시였는데 '이런 소재로, 이런 방법으로 미술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충격을 주는 전시였다.
그 뒤로 평안이와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렇다고 내가 작품에 일가견이 있는 건 아니고;;;
그러던 중 『조금만, 조금만 더』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보게 됐는데
책 속의 그림을 보면서 평안이에게 이렇게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이 책을 평안이에게 읽어주게 됐다.
책의 배경은 다섯 남매의 집 안이다.
엄마가 외출하셔서 집에 다섯 남매만 남게 된다.
심심한 다섯 남매.
엄마가 안계실 때는 사고를 치게 된다는게 국룰인 것을 증명하는 냥.
높은 곳 위에 네모난 상자가 올려져 있다.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다섯 남매는 각자가 갖고 싶은 것이 들어 있으리라 달콤한 상상을 하며 상자 내리기 작전에 돌입한다.
여기까지 봤을 때 나는 대충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분명히 서로 목마를 태워주고 위에 있는 것을 꺼내겠지. 협동에 대해 이야기하겠지.'
과연 결론은 어떨까?
내가 예상한 것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책을 읽으면서 높은 곳의 상자를 꺼내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나 다양한가 새삼 놀랐다.
다섯이 머리를 맞대면 다양한 생각이 나오는 것 같다.
상상하는 것을 얻기 위한 아이들의 순수한 치열함.
이런 장면들에 어른 독자들은 잔잔한 미소를, 아동 독자들은 성공에 대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이 상자 속에 무엇이 들었을지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면 좋다.
아이가 바라는 것이 투영된다. ㅎㅎㅎ
나는 특정한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든 책 속의 이야기라는, 순수함을 잃어버린 사고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그것보다는 저 높은 곳의 위치가 장롱 위일 것이라고 추측을 했었다.
나중에 다섯 남매가 상자 속의 내용물을 꺼내게 되는데, 그 장면을 보고서는 상자의 위치가 냉장고 위나 싱크대 위 쪽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미처 그 생각은 못했는데,
평소에 내가 손을 뻗어 닿고자 하나 닿기 어려운 위치가 장롱 위여서 그런 것 같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손에 넣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이들은 원했던 것을 손에 넣고 마음껏 즐긴다.
바로 그 때,
너무나 당연한 듯,
외출했던 엄마가 집에 돌아오신다.
엄마가 높은 곳에 두었다는 것은 분명 다섯 남매의 손에 닿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을텐데 그것들이 개봉되어 아이들 손에 쥐어졌으니,
그 다음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ㅋㅋㅋ
그것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아이와 함께 뒷이야기를 상상하며 이어가도 재밌을 것 같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상자가 높은 곳에 있는데,
그림으로는 어떤 것의 위에 올려져 있는지 생략되어 있다.
장롱 위 인지, 냉장고 위 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림은 이렇게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을 평안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채색도 모든 공간에 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원하는 것에만 색을 칠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다.
협동을 넘어, 그림의 표현력과 다섯 남매의 기발한 모험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