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찾는다 - 즐거운 어른이 되기 위한 시작
사이토 시게타 지음, 신병철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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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 보고 기대가 너무 컸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의 주체가 일을 찾는 사람들이 아니라, 놀이를 찾는 중·장년층이다.

책은, 젊어 사서 고생한 사람들에게 즐거운 노년 보내기의 팁을 알려준다.

그 팁이란 것이 몹시 지당하여 허무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서 즐거운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안다. 그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50대가 되면 무슨 일이든 미루지 않는다.”

(50대가 아니라도 언제나 그렇다)

요즘 시니어 사업이 잘 되는 이유를 알겠다. 이들에게는 노는 것도 일처럼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의 멘토가 되어야 하는 세대가 놀이를 위해, 즐거운 어른이 되기 위해 다시 유치원에 간다. 그럼에도 잘 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책까지 나온 모양이다.

잘 노는 사람은 언제건 미루지 않고 잘 놀게 마련이다. 일도 그렇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놀만한 여력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고,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다.

 

의학박사인 저자 사이토 시게타는 1916년생으로 2006년에 타계했다.

쇼와시대를 살아온 저자의 삶이 우리에게<오래된 미래>를 전해주지 못하는 것은 일과 놀이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서일 것이다.

 

일과 놀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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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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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낡은 담벼락이나, 오래된 창틀,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까지 따뜻한 색으로 담은 쓸쓸한 풍경이 애틋하다.

왠지 내게는 카피라이터가 직업인 저자의 잘 정돈된 문장보다, ‘행복이라는 지중해를 찾고 있는 저자의 시선에 담긴 이미지의 떨림이 더 크다.

기록으로 남겨진 저자의 일상은 성실하며 빈틈이 없어 보인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본다지기라는 저자의 여가활동은 강박이다 싶을 만큼 다양하고 빡빡하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책은 저자가 일상생활에서 남긴 기록들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소소한 방황 중에 있는 사람이라면 위로가 될 만한 구절들이 많다.

어느 날 문득 출근길 광역버스 안에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걸 알아버렸다는 저자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으며, 여전히 때때로 방황을 하며 삶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결국에는 일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우리를 지중해로 데려다 줄 것임을 알지만, 과연 지중해에서 우리의 방황은 끝이 날 수 있을까?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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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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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이 그리스로 떠났다.

그의 첫 번째 그리스 여행은 펠로폰네소스의 관문 코린토스를 출발하여 불멸의 영웅 헤라클레스의 신화가 깃들어 있는 네메아, 평화와 화해의 공간으로 공동체 정신을 구현한 올림피아, 페르시아 전쟁의 불씨가 되었던 아르고스, 생존이 아닌 가치를 위한 전쟁을 벌였던 스파르타를 거쳐 트로이 전쟁의 서막을 알린 기티오 항구에서 끝난다.

2011년 겨울에 시작되었다는 이 여행은 1부 펠레폰네소스를 시작으로 2부 아티카, 3부 테살로니키, 4부 마그나 그라이키아까지 그리스의 문명의 탄생과 전파, 쇠락에 이르는 긴 여정을 담는다고 하니 꽤나 긴 여행이 될 듯하다.

오랜 기간 그리스 여행을 꿈꿔왔다는 저자의 이번 여행에는 또 한명의 여행자가 있는데,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다. 가상의 동반자로 등장하는 이 그리스의 대문호는 저자가 여행지의 상념에 젖을 때마다 말을 건네는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p91~92,

어쨌든 원래부터 물이 귀했던 코린토스는 생명수였던 이 세 개의 샘에 저마다 전설과 신화를 선사했다. 내가 샘의 전설에 호기심을 보이며 미리 준비해온 수첩을 뒤적일 때, 그가 말했다.

진리보다 더 진실한 것이 무어라 생각하나? 그것은 바로 전설이라네. 전설은 덧없는 진실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하지.” -오디세이아의 싹이 내 안에서 열매를 맺을 때-

카잔차키스와 대화하는 저자를 본다는 것이 생소했으나, 억지스럽지 않아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저자의 진지한 말투와, 페이지 분량에 압도당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성에 이런 대화체 방식을 활용한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스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 때문일까? 책 속 그리스 풍경은 조금 쓸쓸해보였다.

왜 그리스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저자는 오랜 시간 의사로 생활하며 갖게 된 죽음과 삶에 대한 물음,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그리고 오늘을 살아갈 지혜와 미래를 위한 통찰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이번 여행의 색깔은 산토리니마을 풍경 같은 소다색이 아니라, 신화와 전설이 깃들어 있는 유적지의 빛바랜 토파즈 같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신화와 그리스 대문호가 안내하는 그리스 문명 탐험기이다.

탐험지가 그리스인만큼, 그리스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책 읽기가 수월할 것이다. 또한 저자의 입체적인 경험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또는 그런 경험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다면 그리스 지도를 참고하며 읽기를 권한다.

책에도 지도가 나와 있긴 하지만, 별지로 출력해서 옆에 두고 보면 더 좋을 것이다.

(문득, 이 책에 사은품이 나온다면 그리스 신화를 정리한 도표나 지도가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

 

시골의사를 여행 가이드로,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안경을 쓰고 탐험하는 그리스 여행의 다음 여행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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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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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생각이란 걸 하고 있다. ‘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니 일단 멈춰서 이건 뭘까?’라는 생각 또는 멍 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물음들이 결국에는 잘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보았다.

그렇게 불혹의 욕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철학이 박식함에 있지 않고 일깨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삶에서 불가능과 무능력, 궁핍과 빈곤을 양산하고 규정하는 모든 조건에 맞서 분투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철학은 다르게 느끼는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며 결국 다르게 사는 것이다.”

철학이 일상의 삶과 무관하게 저 하늘의 별만을 보는 것이라면 가난한 사람들이 지적하듯 철학은 한가한 일이나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떠받드는 현실 감각 역시 그들 자신을 빈민으로 양산하는 현실에 대한 추인追認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노예의 자기 위안에 불과할 것이다.”

현장 인문학자로 불리는 저자 고병권이 말하는 철학에 대한 정의와 이유다.

이 책은 철학 자체를 다루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저자의 체험에서 나온 글들의 무게가 상당히 무겁기 때문이다.

<굴복보다는 커피를 택한 이들>의 멕시코 원주민이야기나, <어느 게이 활동가의 정치적 장례식> 등 각각의 에피소드가 주는 울림 또한 크다.

<어느 게이 활동가의 정치적 장례식>에서 저자는 장애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장애disability, 어떤 본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이든, 취업이든, 사랑이든,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어떤 불가능disability의 체험이며, 그때 자신에게 생겨나는 무능포기의 정서이다. 어떤 불가능성의 체험, 그리고 그와 함께 일어나는 자기 무능과 자기 포기의 정서를 겪을 때 어떤 사람은 장애인이 된다. 그리고 불가능의 체험과 포기의 정서가 커질수록 그는 중증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본인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엮어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한다. 더불어 관련된 철학자나, 역사학자, 소설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남긴 말과 글을 통한 삶의 지혜를 독자와 공유한다.

책은 독자 스스로 일깨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얘기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가르치려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에게 문을 열어줄 뿐인 것이다.

결국 열린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빼꼼히 문을 열고 한발짝 디딛었을 뿐이지만, 왠지 재밌을 것 같다.

철학은 지옥에서 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지금 이 세상은 철학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결국, 야만인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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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남진희 옮김 / 아트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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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이태원의 D&DEPARTMENT를 다녀온 적이 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 외에 무언가 알 수 없는 매력이 넘쳤던 곳으로 기억된다.

그 매력의 실체는 당시 매장에서 구입했던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를 통해 알 수 있었는데, 다시 여러 해가 지나 읽게 된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아쉽게도 앞서 읽었던 책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디자이너의 경영일기 1권과, 1권 같은 2권의 느낌이랄까?

책에는 저자의 디자인, 경영, , 인간관계에 대한 고뇌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와, 직원을 채용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일 등 단순한 기술적인 경영 노하우가 아닌, 디자이너의 사업 경영 전반에 관한 매일의 기록이다. 때문에 이 책이 경영도서로 분류되어 있지는 않지만(예술/디자인으로 분류되어 있음) 회사경영자나 관리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다.

저자인 나가오카 겐메이(ナガオカケンメイ), 상품에 소비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Social designer일이 훌륭하게 되려면 깊은 관계가 필요하다”(285)라는 저자의 말은, 회사라는 곳에서 만들어 지는 모든 관계에 대한 고뇌가 담긴 말이다

" 일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어서, 개인차원에서 시작했을지라도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하는 그가 만든 제품들은 이러한 이유로 상품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품의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품이 진열된 숍의 매력이란, 직접 가서 체험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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