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시골의사 박경철이 그리스로 떠났다.

그의 첫 번째 그리스 여행은 펠로폰네소스의 관문 코린토스를 출발하여 불멸의 영웅 헤라클레스의 신화가 깃들어 있는 네메아, 평화와 화해의 공간으로 공동체 정신을 구현한 올림피아, 페르시아 전쟁의 불씨가 되었던 아르고스, 생존이 아닌 가치를 위한 전쟁을 벌였던 스파르타를 거쳐 트로이 전쟁의 서막을 알린 기티오 항구에서 끝난다.

2011년 겨울에 시작되었다는 이 여행은 1부 펠레폰네소스를 시작으로 2부 아티카, 3부 테살로니키, 4부 마그나 그라이키아까지 그리스의 문명의 탄생과 전파, 쇠락에 이르는 긴 여정을 담는다고 하니 꽤나 긴 여행이 될 듯하다.

오랜 기간 그리스 여행을 꿈꿔왔다는 저자의 이번 여행에는 또 한명의 여행자가 있는데,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다. 가상의 동반자로 등장하는 이 그리스의 대문호는 저자가 여행지의 상념에 젖을 때마다 말을 건네는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p91~92,

어쨌든 원래부터 물이 귀했던 코린토스는 생명수였던 이 세 개의 샘에 저마다 전설과 신화를 선사했다. 내가 샘의 전설에 호기심을 보이며 미리 준비해온 수첩을 뒤적일 때, 그가 말했다.

진리보다 더 진실한 것이 무어라 생각하나? 그것은 바로 전설이라네. 전설은 덧없는 진실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하지.” -오디세이아의 싹이 내 안에서 열매를 맺을 때-

카잔차키스와 대화하는 저자를 본다는 것이 생소했으나, 억지스럽지 않아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저자의 진지한 말투와, 페이지 분량에 압도당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성에 이런 대화체 방식을 활용한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스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 때문일까? 책 속 그리스 풍경은 조금 쓸쓸해보였다.

왜 그리스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저자는 오랜 시간 의사로 생활하며 갖게 된 죽음과 삶에 대한 물음,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그리고 오늘을 살아갈 지혜와 미래를 위한 통찰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이번 여행의 색깔은 산토리니마을 풍경 같은 소다색이 아니라, 신화와 전설이 깃들어 있는 유적지의 빛바랜 토파즈 같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신화와 그리스 대문호가 안내하는 그리스 문명 탐험기이다.

탐험지가 그리스인만큼, 그리스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책 읽기가 수월할 것이다. 또한 저자의 입체적인 경험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또는 그런 경험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다면 그리스 지도를 참고하며 읽기를 권한다.

책에도 지도가 나와 있긴 하지만, 별지로 출력해서 옆에 두고 보면 더 좋을 것이다.

(문득, 이 책에 사은품이 나온다면 그리스 신화를 정리한 도표나 지도가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

 

시골의사를 여행 가이드로,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안경을 쓰고 탐험하는 그리스 여행의 다음 여행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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