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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일기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5년 1월
평점 :
마드리드 일기 :최민석 작가의 64일간의 스페인 여행 일기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마드레 미아!"의 행진곡이라고 부르고 싶은 여행기가 해냄 출판사에서 나왔다.
마드레 미아는 스페인어로 어머나! 엄마야! 같은 감탄사다. 언젠가 스페인에서 한 달을 지내고 싶은 소망을 품고 사는 내게 " 마드레 미아!"같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두 달 넘게 마드리드에서 지낸 저자의 인생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저자가 3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소설가가 쓴 일기라니, 그것도 내가 가려다가 코로나로 인해 포기했던 스페인에서의 두 달 동안을 기록한 여행기라니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앉은 자리에서 읽기를 마쳤다. 작가에 대한 부러움은 더 커졌고 마드레 미아는 전염되어 내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마드리드 일기》는 최민석 작가가 토지문화재단과 스페인 문화체육부가 체결한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되어 2022년 8월 31일부터 두 달간 머문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쓴 여행 에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의 범주를 넘어서, 사람과 도시,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여 준다.

작가는 섬세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마드리드를 비롯하여 틈틈이 다닌 스페인의 여러 도시들과 마지막 여행지였던 런던의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 그들의 표정과 말투, 혹은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이 생동감 있게 그려서 스페인과 런던에 가보지 못한 내게 그의 여행의 동반자가 된듯한 느낌을 준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그림자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사람과 부대끼며 어울린다는 것은 조금씩 그 그림자를 내어주며, 그 공간에 상대를 초대하고, 기꺼이 그 어둠 속에서 함께 빛이 오길 희망하는 것 같다. 62p "
유럽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레지덴시아 데 에스뚜디안떼스' 이름의 숙소에서 머물면서 독학으로 공부했던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학원까지 수강한 저자의 일상은 스페인 사회와 문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를 내어주고 그들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작가는 '우리'와 '타자'의 경계를 넘어서며, 낯선 장소에서의 삶이 어떻게 개인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그는 스페인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의 방식을 보며, 현대 사회의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여유'와 '속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마드리드라는 도시의 생동감을 묘사하는 저자는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가치들을 일깨워 주어 만약 나라면 낯선 이들에게 먼저 다가서며 내 그림자를 보여줄까 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저자의 베를린 인연이 마드리드까지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해서도 점검하게 한다.

그가 찍은 사진들 속 풍경들을 육안으로 보러 얼른 가야겠다.' 아구아 데 발렌시아','꼬르따도','마오우''사무엘 스미스'발음도 어색한 그렇지만 내 맘에도 쏘옥 들 것 같은 그의 음료들을 맛보러 그 언젠가 스페인을 빨리 앞당기고 싶다. 그전에 " 지금의 날들을 잘 쓰기 위해 이렇게 매일 쓰는 " 저자처럼 내 일상을 일기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실천에 옮겨야겠다. 아니 그보다 먼저 스페인 친구들이 저자에게 종종 물었다는 " 지금 가장 원하는 게 뭐야?"를 내 자신에게 묻는다. 저자의 또 다른 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