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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딴체, 시를 담는 필사 - 3가지 필체로 따라 쓰는 서정시 36편
또딴 지음 / 경향BP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고등학교 때 유난히 글씨를 잘 쓰는 친구가 있었다. 선생님 대신 칠판에 판서를 할 정도였고, 시험 기간이면 친구들이 공책을 빌려 달라고 했다. 나 역시 그 친구의 공책을 빌려 본 적이 있다. 비결을 물어보니 어릴 적부터 펜글씨를 꾸준히 연습했다고 했다. 나도 잠깐 따라 해 보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 기억 때문일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친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책은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시를 필사하며 저자의 글씨체를 익히도록 만든 필사책이다. 먼저 1장에서 한 소절의 시구를 따라 쓰며 획과 자간을 연습한다. 그림엽서처럼 꾸며진 페이지에는 시 한 줄이 담겨 있다. 그 한 줄을 따라 글씨를 더 천천히, 더 정성껏 쓰게 된다. 언젠가 좋아하는 시 한 구절을 손글씨로 적어 소중한 사람에게 건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에는 36편의 시를 또딴체, 또몽체, 또감체 세 가지 서체로 필사한다. 먼저 모눈종이 위에 인쇄된 글씨를 덧쓴 뒤, 바로 아래 빈칸에서 다시 써 보는 방식이다. 한 편의 시도 여러 번 연습할 수 있어 글씨의 균형과 리듬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시의 감성에 따라 서체를 달리한 구성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눈으로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갔던 시구가 한 글자씩 따라 쓰다보니 마음에 새겨진다.
또딴체를 따라 써 보지만 이미 오랫동안 써 온 내 글씨체가 있다 보니 책 속 서체를 그대로 따라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획의 길이와 자간, 곡선을 의식해도 손은 어느새 익숙한 글씨체로 돌아갔다.

그래도 반복해서 쓰다 보니 글씨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졌다. 무엇보다 시의 감성에 맞춰 서체를 달리하니 같은 시도 훨씬 더 감성적으로 읽혔다. 글씨체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 시의 분위기와 리듬까지 달라 보였다.
이 책은 예쁜 글씨를 따라 쓰는 연습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를 천천히 읽고, 한 글자씩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가며 문장을 오래 곁에 두게 만든다. 저자의 글씨체를 완벽하게 따라 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도 좋아하는 시를 한 줄씩 써 내려가다 보면, 내 글씨에도 조금씩 새로운 표정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