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기술 - 말 한마디 안 해도 원하는 것을 얻는 듣기의 힘
야마다 하루 지음, 정지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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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듣는지를 연구해온 사회언어학자 야마다 하루는 <경청의 기술>에서 경청을 태도나 성품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이 책에서 경청은 상황에 따라 선택되고 조정되는 기술의 묶음으로 제시된다. 저자의 관심은 잘 듣는 사람의 이상을 제시하는 데 있지 않고, 실제 대화의 장면에서 어떤 듣기가 작동하고 어떤 듣기가 어긋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해하는 데 놓여 있다.


책에서 중심이 되는 개념은 듣기 지능이다. 듣기 지능이란 소리를 정확히 포착하는 능력이 아니라, 관계와 맥락에 맞는 듣기의 방식을 고르는 인지 능력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종종 익숙한 방식으로만 듣다가 대화를 반복해서 틀어지게 만들지만, 저자는 이를 태도의 문제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선택 가능한 듣기 기술이 제한된 상태로 바라본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제시되는 것이 ‘14개의 마음으로 듣기’라는 구조다.


이 책의 강점은 각 장이 하나의 경청 기술에 집중하며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보가 필요한 상황, 신뢰가 먼저 형성되어야 하는 관계, 감정의 조율이 요구되는 대화 등 서로 다른 장면에 맞춰 어떤 듣기가 작동하는지가 장마다 요약되어 제시된다. 이 기술들은 단계나 순서를 이루지 않고, 상황에 따라 전환되며 사용되는 방식으로 다뤄진다. 그 결과 <경청의 기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이론서라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다시 펼쳐 확인하게 되는 구조를 갖는다.


기업 사례 역시 이러한 기술적 접근을 구체화한다. 보잉과 레고, 포멜로, 그리고 펩시코 전 CEO 인드라 누이의 사례는 공통적으로 말의 설득력보다 듣기가 이루어진 위치와 방식이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포스트잇의 탄생 과정 또한 실패를 제거하는 판단이 아니라, 가능성을 남겨 두는 듣기 기술이 작동한 사례로 설명된다. 저자는 여기에 파레토의 법칙과 나와즈의 메모의 법칙을 덧붙이며, 듣기 역시 무작정 열어 두는 태도가 아니라 집중과 배분이 필요한 기술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경청의 기술>은 경청을 미덕으로 권유하지 않고, 사용 가능한 기술로 정리한다. 청력의 변화 이후 저자가 말의 간격과 침묵, 반응의 속도에 주목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듣기 지능은 귀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이 책은 일관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대화가 막히는 순간마다 다시 펼쳐지게 되는 기술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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