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화낼 일인가? -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방향으로 감정을 길들일 수 있다
박기수 지음 / 예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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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를 어떻게 멈출 것인가보다, 화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차분히 짚는다.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화를 다스리려면 행동을 바꾸기 전에 생각을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화를 다스린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참아내는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일이다. 화는 갑작스러운 폭발이 아니라, 이미 여러 번 반복된 해석과 판단이 쌓여 나타난 결과다.


책에서 인상 깊은 대목은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다. 우리는 흔히 ‘기분이 나빴다’거나 ‘짜증이 났다’는 말로 감정을 뭉뚱그린다. 그러나 대접받지 못했다고 느낀 순간에는 모욕감이나 수치심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오해받았다고 느낄 때에는 억울함이나 당혹감이 자리한다. 예상과 다른 반응 앞에서는 실망감이나 허탈함이 생긴다. 관심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에는 서운함이나 외로움이 남는다.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의 화 역시 좌절감이나 불안에서 비롯된다. 감정을 더 정확한 언어로 구분하는 순간, 화는 통제할 수 없는 폭발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신호로 바뀐다.


​저자는 분노를 개인의 성격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경쟁적인 환경, 비슷한 생각만 되풀이되는 에코 체임버 효과는 감정을 쉽게 증폭시킨다. 억눌린 화는 정서전이를 통해 엉뚱한 대상에게 향하고, 결국 정서적 피로로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은 화를 참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화를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자기 돌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감정의 언어화 훈련, 감정단어카드, 마음챙김, 점진적 근육 이완법, 심호흡과 명상 루틴은 모두 나를 돌보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제시된다. 이 방법들의 목적은 감정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감정 앞에서 나를 방치하지 않는 데 목적이 있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 나는 화를 참은 게 아니라, 나를 더 사랑하기로 선택한 거야.”


이 문장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다. <이게 화 낼 일인가>는 분노를 통제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분노 앞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무엇보다 저자는 “화를 느끼는 나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한다. 화를 참지 못한 자신을 미워하기보다, 나를 돌보는 선택으로 감정을 다루는 관점을 제시한다.  감정 표현이 서툰 학생, 쉽게 분노하거나 쉽게 지치는 학생, 관계 속에서 자주 상처받는 학생들에게 이 책은 특히 의미가 있다. 중·고등학생에게 지금의 나를 이해하는 연습을 권하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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