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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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에 해당하는 해다. 한 작가의 작품이 두 세기를 훌쩍 넘겨 지금까지 읽히고, 번역되며,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몇 가지 생각을 불러온다. 제인 오스틴은 왜 지금 다시 읽히는가. 결혼과 계급, 가족이라는 제한된 세계를 다룬 소설이 오늘의 독자에게 여전히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선형 번역가의 <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은 이 물음에 대해, 이미 완성된 작가가 아니라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놓여 있던 젊은 제인 오스틴의 시선으로 접근한다. 250주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강조하기보다, 한 명의 소설가가 어떤 환경과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현재형으로 다시 읽게 만드는 책이다.

김선형은 특히 초기 작품에 주목한다. 초기작에서 오스틴은 이미 결혼 제도와 계급 감각, 여성에게 요구되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그 방식은 직접적인 비판이 아니라 풍자와 패러디, 과장을 통한 우회적 접근에 가깝다. 아직 서사적으로는 거칠지만, 사회 규범을 관찰하고 언어로 실험하려는 시도는 분명하다. 저자는 이러한 초기의 흔적을 따라가며, 오스틴의 문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점차 정교해졌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김선형이 제인 오스틴의 삶과 작품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오스틴이 살았던 공간과 관계, 글을 쓰던 조건들을 하나씩 짚어가는 서술은 연구의 결과를 제시하기보다, 그 과정을 함께 따라가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감각은 과장되지 않은 문장 속에 스며들고, 독자 역시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이 책을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라, 한 독서의 경로로 읽히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선형의 글은 문장과 어조, 시대적 맥락을 신중하게 연결하며 해석의 범위를 조절한다. <디어 제인 오스틴>은 제인 오스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번역이라는 작업이 요구하는 시간과 책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만든다.


이러한 읽기는 다음 독서로 이어진다. 김선형 번역가가 옮긴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고, 가능하다면 원문과 함께 병행해 읽고 싶다. 젊은 시절의 오스틴이 실험하던 문장의 리듬과 아이러니가 번역을 거치며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구성되는지를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저자처럼 제인 오스틴을 꾸준히 읽고 다시 찾게 되는 독자, 이른바 제이나이트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디어 제인 오스틴>은 250주년이라는 시간의 표식을 넘어, 한 작가를 계속 읽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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