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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여행자-되기 ㅣ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의 제목만 보고 기존의 여행기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관내 여행자-되기>는 한국 사회의 무거운 상처들을 따라 여러 도시를 걷는다.

인천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광주 항쟁,세월호, 이태원 참사 같은 사건들을 마주하며 나는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저자들은 “하지 않음도 가해일 수 있다”는 물음을 던지며, 외면하거나 ‘나와는 먼 일’로 치부했던 태도까지 돌아보게 한다.

두 저자는 길을 걷는 행위가 곧 아픔의 자리에 들어가 멈추고 바라보는 일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집과 걷기에 대한 사유는 삶의 일상과 사회적 맥락을 자연스레 연결한다. 바우만의 <액체 현대>에서 끌어온 항공기의 이미지는 자본주의의 속도 속에서 길을 잃은 나의 일상을 비추고, “멀어져야 화목하다”는 가족의 역설은 관계를 지탱하는 거리에 대해 다시 묻게 한다. 집 앞 공원의 ‘3억 원짜리 창의적 훼손’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지는 인간성과 풍경을 드러낸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펼친 서문에서 ‘관내’는 단순한 지역의 이름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모든 자리, 그 속에 겹겹이 쌓인 기억과 고통을 뜻함을 알게 되었다. 관내 여행자란 결국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그 자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걷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은 나를 무겁게 주저앉히면서도 동시에 다시 일어서게 만든, 오래 남을 여행의 기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