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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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언어가 큰 바다를 날아서 건너갈 수 있을까?


이격자 253p


저자는 마지막 글 <이격자>에서 이렇게 묻는다. 그러나 이 물음은 책의 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혼 없는 작가》 전체를 관통하며 언어와 번역, 세계와 경계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강렬한 형광빛 표지가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 책의 진짜 매력은 표지 너머, ‘언어와 국경, 번역과 정체성’이라는 끝없는 사유 속에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어로 글을 써온 다오다 요코는 언제나 두 언어와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으며, 그 낯섦이 문학의 원천이 된다. 첫 글 <유럽이 시작되는 곳>에서 저자는 유럽을 지도 위에 그려진 선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시선, 누군가의 언어,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유럽은 매번 새롭게 시작된다.

<번역가의 문 또는 첼란이 일본어를 읽는다>는 언어와 번역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단어 하나를 쓴다는 것은 문 하나를 연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글이 다른 언어와 만날 때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고 표현한다. 독일 시인인 첼란이 일본어로 살아난 것처럼, 저자인 다와다  요코는 번역가 최윤영을 통해 한국어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언어는 이렇게 국경을 넘고, 경계 바깥으로 흘러가며, 번역의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


마지막 파트에서의 <이격자>는 내게 깊은 인상을 준다. 이격자는 보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다.  언어를 대할 때, 혹은 사람을 대할 때도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표현한다.


《영혼 없는 작가》는 언어와 세계가 번역을 통해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며, 우리가 서 있는 곳마다 새로운 ‘유럽’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물이 고장마다 다른 맛을 지니듯, 언어도 번역을 거치며  다른 자리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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