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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마음 수업 - 내 안의 단단한 내면을 발견하는
마스노 슌묘.마쓰시게 유타카 지음, 왕현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평점 :
오랜 수양을 거친 노인이나 스님과의 대화 형식으로 쓰인 일본 책은 많은 편이다. 불교 마음 수업도 그중 하나로,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와 선승이자 정원 디자이너인 마스노 슌모가 함께 집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마스노가 마쓰시게의 딸을 가르쳤던 것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이 인연을 계기로 두 사람은 불교의 깨달음과 삶의 태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사찰 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십우도(十牛圖, 또는 尋牛圖)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십우도는 소를 찾아 떠나는 수행자의 여정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나타낸다. 불교에서는 참된 자아를 찾고 번뇌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의미하지만,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우리의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책에서 두 저자는 십우도의 각 단계에 맞춰 자신들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소(본성)를 찾아 헤매며 방황하는 과정, 소의 흔적을 발견하며 깨달음의 가능성을 엿보는 순간, 그리고 내 안의 소를 길들이며 점차 마음을 닦아 궁극적으로 번뇌에서 자유로워지는 과정까지—모든 순간이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단순히 불교의 가르침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삶의 경험과 연결해 풀어나가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방법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두 저자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해지고, 고민하던 문제의 해답도 떠오른다"고 이야기한다. 마스노는 선(禪)의 사상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과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해야 한다”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쉽지 않다. 이 세상에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되, 변화의 계기가 찾아오면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자세일 것이다.
나이에 대해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억지로 젊어 보이려 할 필요도 없어요. 나이는 그냥 하나의 숫자일 뿐이고, 그 경계선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나이에 따른 속박 같은 건 점점 더 필요 없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P.198)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은 흔히 쓰이지만, 실제로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나이를 의식하며 살아가기보다는,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타인의 시선을 더 신경 쓰며 살아간다. 두 저자는 인생이 하나의 연극이라면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상대가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대화를 통해 나는 지금 내가 주변 사람들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십우도라는 불교의 우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절을 방문할 때 십우도를 보게 되면, 이 책의 구절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 같다. 나 또한 내 안의 소를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