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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큐레이션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월
평점 :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하는 뉴스레터 <아침행복이 똑똑>의 구독자인 내게 선물 같은 책이 도착했다.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Letters from National museum of Korea>, <유물멍> 책갈피의 책 제목이 나란히 적혀있다. 제목만으로도 이미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유물은 시간의 흐름을 증명하는 존재이다. 어떤 유물은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것일 수 있으며, 그동안의 세월을 견뎌온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유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유물의 존재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의 지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경험이 된다. 이런 누군가의 경험들을 책으로 만나니 그들의 일기를 엿보는 느낌이면서도 큐레이터의 만남의 장인 부록에선 가만히 그리고 자세히 바라봐야 더 좋은 것들을 소개받아 보물 상자를 연 기분이다. 9가지 주제로 100개의 유물이 소개된다. 푸른빛의 자기들, 순백의 작품들, 무지갯빛 세계를 볼 수 있는 괘불들, 옛 그림들 100개의 유물들이 그에 걸맞은 제목들과 감상들로 지면의 여백까지 내게 말을 건다.
박물관 내의 수많은 유물들 중에서 자기 맘에 드는 유물 하나를 고르는 일은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사색의 과정이다.
박물관 내의 여러 방을 관람하며 어느 유물을 나의 최애 유물로 고를까, 그 유물이 왜 맘에 들었을까, 어떤 점이 좋았나를 생각하며 더 자세히 더 가만히 유물 하나하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힐링 일 것 같다.
7세기 투루판 아스타나 무덤에서 출토된 그림을 보고 그림을 그린 9살 김시아는 이 그림을 그리며 1등 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단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엄마라고 답했다는 김시아의 글을 읽으며 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오를까?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다가 글을 다시 읽어보며 나에게 질문을 한다.
경주 황남동에서 출토된 개구리 모양의 이 토우들을 보며 "꼭 잠에서 덜 깬 것 같이","3월의 표정"을 본 이윤희 일러스트레이터 감상에 맞아맞아 맞장구를 치며, 신라시대에 개구리 모양의 토우를 만들다니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라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자연과의 관계, 혹은 그들의 신앙과 관련된 중요한 유물일 수 있을 것 같다. 전통적으로 개구리는 여러 문화에서 다산과 풍요, 재생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하던데 당시 신라 사람들이 이 토우들을 제례나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에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겠구나 짐작해 본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는 박물관이란 공간에서, <유물멍> 책의 사진 속에서 유물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는 나와 나를 바라보게 하는 유물은 이미 한 몸이 되어 깊은 감동과 깨달음의 '멍'을 누린다. <색인 유물 목록>에서 하나를 골라 사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교양서를 넘어서, 나를 일깨워 주는 자기 계발서로 도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한다. 뉴스레터 <아침 행복이 똑똑>의 구독자로 매년 출간되었으면 하는 <유물멍>시리즈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