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대한 이빨
전경남 지음, 김윤미 그림 / 분홍고래 / 2026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빠르면 여섯, 늦으면 여덟 살이면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이 시기는 단순한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치과’라는 새로운 공포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른에게도 치과는 여전히 두려운 공간인데,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더 크게 느껴질까.
『위대한 이빨』은 그 시기의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기대, 그리고 작지만 중요한 성장의 순간을 담은 이야기다.
승기는 조금 독특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치과를 피하려 할 때,
오히려 가고 싶어서 변장까지 시도한다.
물론 전혀 통하지 않는 엉성한 변장이지만, 그 모습이 더 아이답다.
네 살 때 사고로 앞니를 잃은 뒤,
4년이 지나도록 새 이가 나지 않은 승기.
이 일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아이에게는 은근히 오래 남는 속상함이 된다.
그 곁에는 아라가 있다.
같이 놀다 생긴 일이라 괜히 자기 탓 같기도 하고,
늘 다정한 승기가 더 신경 쓰이는 마음.
둘 사이의 관계가 이야기 전체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
여기에 현아언니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한층 더 엉뚱해진다.
유튜버가 꿈인 현아언니는
인절미와 자일리톨로 임플란트를 해주겠다는 황당한 말을 하고,
그 과정에서 승기는 남아 있던 앞니 하나마저 잃게 된다.
이후 아이들은 더 기발한 방법들을 떠올린다.
할머니로 변장해 치과에 가려 하거나,
장터에서 돈을 벌어 임플란트를 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운다.
어른의 눈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진짜 계획이다.
이 엉뚱함과 진지함이 겹치는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든다.
이야기는 결국 아주 조용한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치과 검진에서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자리와 새로 빠진 자리에서
하얀 실오라기가 올라오는 순간.
그동안의 기다림이 한 번에 풀리는 느낌이다.
승기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늦게 앞니가 나기 시작하지만,
결국 도착하는 곳은 다르지 않다.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아이들의 성장을 ‘속도’로 판단하기보다
그 과정 자체를 가만히 지켜보게 만든다.
아라가 승기의 비밀을 말하는 장면에서
귓속말처럼 글씨 크기가 작아지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유치와 영구치 사이,
어딘가 어중간하고 불안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공감을,
그 곁을 지켜보는 어른들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건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