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 ㅣ 시작하겠습니다
서아람 지음, 쏘우주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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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를 읽고

‘법학 동화’라는 말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동시에 법과 수사라는 주제가 어린이 책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했고, 혹시 어렵고 딱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는 그런 선입견을 가볍게 깨뜨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실제 검사님이 집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속 수사 과정과 법적 개념들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 가까운 생생함으로 전달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고, 여기에 짜임새 있는 구성과 높은 재미까지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영양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을 ‘연쇄 급식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그 범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라는 설정부터 무척 흥미롭다. 학생들에게 급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학교생활의 중요한 일부이기에,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자연스럽게 높은 몰입감을 만든다. 여기에 실제 학교에서 만날 법한 입체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아멘!”을 외치는 교장선생님 같은 유쾌한 인물까지 더해져 이야기는 한층 생동감 있게 전개된다.

소금이 왕창 뿌려진 쏘야(소시지 야채 볶음), 통째로 사라진 회오리감자, 국자 실종 사건까지.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지만, 책은 이를 하나의 연쇄 사건으로 엮어내며 추리의 긴장감을 높인다. 두식이와 수영이는 사건의 배후를 찾기 위해 단서를 모으고, 형사인 두식이 아빠의 조언을 바탕으로 실제 수사 기법을 따라 하며 진실에 다가간다. 용의자를 특정하고, 증거를 확보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은 단순한 어린이 모험담이 아니라 꽤 짜임새 있는 추리 구조를 갖추고 있다. 덕분에 독자는 이야기 속 재미를 따라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수사의 개념과 절차를 익히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수사’라는 전문적이고 다소 무거운 개념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뉴스 속 사건에서만 접하던 수사 방법과 절차,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벌이는 수사 속에서 때때로 엉뚱하고 미숙한 모습이 드러나는데, 예를 들어 교장실에 압수수색을 하겠다며 들이닥치는 장면은 웃음을 주면서도 그들의 서툰 열정을 잘 보여 준다. 하지만 책은 이런 장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않고, 실제 수사에는 반드시 적법한 절차와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 준다. 또한 다나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추궁이나 협박이 잘못된 방식임을 보여 주며, 인권의 중요성과 명예훼손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 역시 공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사건 해결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보여 준다. 바로 협력과 소통이다. 실제 형사들이 공조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듯, 두식이와 수영이 역시 혼자가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간다. 방법을 논의하고, 역할을 나누고, 때로는 시온이의 도움을 얻기 위해 협상하는 과정까지 모두가 배움의 일부로 그려진다. 결국 수사란 개인의 능력만으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타인과의 협력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마지막 챕터에 실린 경찰과 수사에 대한 Q&A도 흥미로웠다. 이야기의 여운을 이어 가면서 실제 직업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독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경찰이나 검사 같은 법조계 진로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 진로 탐색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는 추리의 재미와 교육적 메시지를 균형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실제 검사님의 경험과 전문성이 녹아 있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며, 동시에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도 놓치지 않았다. 법과 수사라는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정의와 인권, 협력의 가치를 함께 생각하게 만든다. 읽고 나면 단순한 어린이 동화를 넘어,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까지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재미와 배움을 동시에 원하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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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베프 가족입니다 ㅣ 파란 이야기 26
김혜정 지음, 오삼이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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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따뜻한 가족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면, 『우리는 베프 가족입니다』는 그 예상을 기분 좋게 배신한다. 이 책은 단순히 “새로운 가족 형태를 다룬 소설”이 아니다. 읽는 내내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 왔던 가족의 기준을 뒤흔들고, 관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선민과 하나, 그리고 그들의 딸 윤하와 아리가 있다. 죽마고우였던 두 엄마와 제법 잘 지냈던 두 딸. 하지만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다 아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하나와 아리는 한국으로 돌아와 선민과 윤하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말 그대로 ‘한집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처음 윤하는 불편하다. 내 공간이 사라진 것 같고, 내 집이 더 이상 내 집 같지 않다. 하지만 함께 캠핑을 다녀온 후 그 어색함은 서서히 사라진다. 그리고 어느새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 주는 존재가 된다. 친구 관계가 틀어져 혼자 도서관으로 숨어들던 윤하 곁에는 늘 아리가 있었고, 엄마의 암 진단으로 흔들리는 아리를 붙잡아 준 사람 역시 윤하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의 삶을 지켜 주는 관계. 이쯤 되면 묻게 된다. 가족은 정말 혈연으로만 정의될 수 있을까?

이 책이 강력한 이유는 그 질문을 억지로 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만든다. 이혼 가정, 사별 가정, 미혼모 가정, 동성 결혼, 이복동생의 탄생까지. 정말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등장하지만, 작가는 어느 하나를 특별하거나 이상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그리고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가족의 다양성은 이제 흔히 말해지는 주제지만, 그것을 이렇게 설교 없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김혜정 작가의 필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 이유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북토크에서의 한 문장이었다.
“당연히 결혼했죠. 제가 아까 열 살 아이가 있다고 했잖아요.”

그 말에 윤하는 불편함을 느끼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묻는다. 도대체 뭐가 당연한가?
정말 그렇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어떤 삶의 방식을 기준으로 삼는 순간, 다른 삶은 쉽게 틀린 것으로 분류된다. 이 책은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 낸다.

또 하나 좋았던 건 ‘이모’의 존재였다. 부모보다 한 걸음 떨어져 있지만, 그래서 더 다정할 수 있는 어른. 윤하가 힘들어하던 날, 하나 이모가 건넨 말은 딱 한마디였다.

“인생이 쓸 땐 단 걸 먹으면 돼.”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읽는 나까지도 마음이 풀렸다. 아이에게는 부모 말고도 믿고 기댈 수 있는 어른 한 명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는 베프 가족입니다』는 말한다.
가족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마음을 기대고, 서로의 결핍을 채워 주며, 힘든 순간 곁을 지켜 주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가족이라고.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내 삶에서 그런 사람은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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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키우지렁 - 2026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ㅣ 베스트 지식 그림책 14
김지원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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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지렁이? 듣도 보도 못한 반려동물이다.

처음엔 과학책인 줄 알았다. 읽다 보니 감성 일기장에 더 가까웠다. 어느 날 지렁이 분변토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지렁이와 인연을 맺게 된 저자. 누구 하나 부러워하지 않아도, 반려동물이 생긴 저자는 그저 뿌듯하다.

지렁이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집 마련이다. 반찬 통에서 배달 용기, 생선 스티로폼 상자를 거쳐 화분 두 개를 겹쳐 만든 최적의 서식지를 찾기까지. 정보를 전달하려는 글이 아니라, 지렁이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작고 다정한 실험들이다. 육아 초보처럼 장비에 공을 들이던 초반을 지나, 집에 있는 것들로 능숙하게 대체해가는 과정도 어딘가 정겹다.

돋보기로 봐도 길이나 두께뿐일 것 같은 지렁이들에게 각기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저자. 지렁이 입맛을 두고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고민할 일인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가도, '렁생의 위기'라며 걱정하는 장면에선 친구를 염려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반응이 선명한 교감은 아닐지 몰라도,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고 더 나은 환경을 고민하며 오래 들여다보는 마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사랑이 된다.

추천사의 한 문장이 오래 남는다.
*관찰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말이 진짜로 이해됐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읽을수록 그 안에 아주 성실한 애정이 담겨 있다. 『지렁이 키우지렁』은 특별한 반려동물 이야기를 넘어, 한 생명을 바라보는 태도와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조용히 되묻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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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구 할머니 ㅣ 뜨인돌 그림책 90
젤라 지음 / 뜨인돌어린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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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다자구할머니』입니다. 익숙한 설화의 틀을 가져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 책은, 전래동화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단번에 깨뜨립니다.

보통 전래동화 속 할머니라 하면 허리가 굽고 인자한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나 다자구 할머니는 전혀 다릅니다. 마을에 나타난 도적 떼를 손가락 하나 까딱해 물리치고, 감주 항아리를 여러 개 쌓아 올려 지고 다니며, 돌산도 가볍게 뛰어넘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기존의 익숙한 할머니상과는 거리가 먼, 압도적인 존재감의 캐릭터입니다.

이야기는 평화로운 단양 마을에 산적들이 들이닥치며 시작됩니다. 산적들의 횡포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산신령께 도움을 청하고, 그 순간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다자구 할머니입니다. 예상과 달리 근엄하고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소박하게 고사리나물을 다듬던 생활력 넘치는 할머니라는 점에서부터 이 작품의 매력이 드러납니다.

산적을 물리치는 방법 또한 독특합니다. 힘으로 제압하는 대신, 배불리 먹이고 재운 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감주와 배추전, 그리고 “다자구야~ 덜자구야~” 하는 자장가까지 더해진 장면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결국 산적들은 다자구 할머니의 손길 아래 잠들고, 마을 사람들은 그 틈을 타 산적들을 소탕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전설과 설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권선징악, 산신령, 산적과 같은 전통적 요소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인물의 설정과 사건 전개는 매우 신선합니다. 그림체와 대사 역시 만화적인 생동감을 지녀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폰트와 색감, 화면 구성까지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어 그림책 이상의 시각적 즐거움을 줍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이 이야기가 실제 단양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다자구야~ 덜자구야~”라는 노랫말조차 설화적 맥락 안에서 살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뒤에는 자연스럽게 단양이라는 지역과 그곳의 문화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강한 힘이나 초월적 능력으로 단숨에 적을 무너뜨리는 대신, 재치와 따뜻함,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합니다. 그래서 다자구 할머니는 단순히 강한 인물이 아니라, 지혜롭고 정감 있는 존재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다자구 할머니』는 전래동화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전래동화가 낡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그리고 새로운 감각의 그림책을 찾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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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자의 안녕한 하루
뤼시 린드만 지음, 다니엘라 코스타 그림, 장한라 옮김 / 도토리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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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츨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루이자의 안녕한 하루』는 한 아이와 가족이 보내는 평범한 하루를 따라가며, 우리가 ‘다름’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용히 되묻는 그림책이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고, 함께 외출을 하고, 저녁을 보내는 하루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처럼 펼쳐진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학교에 가는 길 루이자의 아빠 손에 들린 흰 지팡이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그제야 독자는 이 가족이 시각 장애를 지닌 부모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사실은 이들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지 않는다. 여전히 평범하고 단단한 일상으로 이어질 뿐이다.

저녁 식사 후 가족이 함께 보드게임을 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눈으로 보는 대신 냄새를 맡고, 손끝으로 카드를 느끼며 게임을 이어가는 모습은 ‘할 수 없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물원 장면에서는 또 다른 시선이 등장한다. 루이자와 엄마가 오랑우탄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이, 한 사람이 그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아무렇지 않은 하루의 풍경 속에서, 장애를 향한 낯선 시선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순간이다.

한편, 학교에서 빌려온 책에 점자가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장면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읽고 누릴 수 없는 세계 속에서, 무엇이 더 필요할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장애를 설명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하루를 통해 말한다. 다름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시간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또 하나의 모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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