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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구 할머니 ㅣ 뜨인돌 그림책 90
젤라 지음 / 뜨인돌어린이 / 2026년 3월
평점 :
전래동화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다자구할머니』입니다. 익숙한 설화의 틀을 가져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 책은, 전래동화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단번에 깨뜨립니다.
보통 전래동화 속 할머니라 하면 허리가 굽고 인자한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나 다자구 할머니는 전혀 다릅니다. 마을에 나타난 도적 떼를 손가락 하나 까딱해 물리치고, 감주 항아리를 여러 개 쌓아 올려 지고 다니며, 돌산도 가볍게 뛰어넘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기존의 익숙한 할머니상과는 거리가 먼, 압도적인 존재감의 캐릭터입니다.
이야기는 평화로운 단양 마을에 산적들이 들이닥치며 시작됩니다. 산적들의 횡포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산신령께 도움을 청하고, 그 순간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다자구 할머니입니다. 예상과 달리 근엄하고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소박하게 고사리나물을 다듬던 생활력 넘치는 할머니라는 점에서부터 이 작품의 매력이 드러납니다.
산적을 물리치는 방법 또한 독특합니다. 힘으로 제압하는 대신, 배불리 먹이고 재운 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감주와 배추전, 그리고 “다자구야~ 덜자구야~” 하는 자장가까지 더해진 장면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결국 산적들은 다자구 할머니의 손길 아래 잠들고, 마을 사람들은 그 틈을 타 산적들을 소탕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전설과 설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권선징악, 산신령, 산적과 같은 전통적 요소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인물의 설정과 사건 전개는 매우 신선합니다. 그림체와 대사 역시 만화적인 생동감을 지녀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폰트와 색감, 화면 구성까지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어 그림책 이상의 시각적 즐거움을 줍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이 이야기가 실제 단양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다자구야~ 덜자구야~”라는 노랫말조차 설화적 맥락 안에서 살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뒤에는 자연스럽게 단양이라는 지역과 그곳의 문화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강한 힘이나 초월적 능력으로 단숨에 적을 무너뜨리는 대신, 재치와 따뜻함,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합니다. 그래서 다자구 할머니는 단순히 강한 인물이 아니라, 지혜롭고 정감 있는 존재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다자구 할머니』는 전래동화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전래동화가 낡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그리고 새로운 감각의 그림책을 찾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