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지렁이? 듣도 보도 못한 반려동물이다.처음엔 과학책인 줄 알았다. 읽다 보니 감성 일기장에 더 가까웠다. 어느 날 지렁이 분변토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지렁이와 인연을 맺게 된 저자. 누구 하나 부러워하지 않아도, 반려동물이 생긴 저자는 그저 뿌듯하다. 지렁이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집 마련이다. 반찬 통에서 배달 용기, 생선 스티로폼 상자를 거쳐 화분 두 개를 겹쳐 만든 최적의 서식지를 찾기까지. 정보를 전달하려는 글이 아니라, 지렁이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작고 다정한 실험들이다. 육아 초보처럼 장비에 공을 들이던 초반을 지나, 집에 있는 것들로 능숙하게 대체해가는 과정도 어딘가 정겹다.돋보기로 봐도 길이나 두께뿐일 것 같은 지렁이들에게 각기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저자. 지렁이 입맛을 두고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고민할 일인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가도, '렁생의 위기'라며 걱정하는 장면에선 친구를 염려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반응이 선명한 교감은 아닐지 몰라도,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고 더 나은 환경을 고민하며 오래 들여다보는 마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사랑이 된다.추천사의 한 문장이 오래 남는다.*관찰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말이 진짜로 이해됐다.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읽을수록 그 안에 아주 성실한 애정이 담겨 있다. 『지렁이 키우지렁』은 특별한 반려동물 이야기를 넘어, 한 생명을 바라보는 태도와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조용히 되묻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