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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탈출 - 일본 경제에서 찾은 저성장의 돌파구
박상준 지음 / 알키 / 2019년 8월
평점 :
이 책은 일본 경제를 벤치마킹해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제공 한다. 특히 요새 한국과 일본 사이의 안 좋은 관계를 생각하면서, 앞으로 어떤 해답을 찾아야할지도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최근 일본의 반도체용 소재 수출 제재로 인해서 양국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일본에서 20년 생활을 한 저자도 이렇게까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한국 경제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어떤 실마리라도 찾아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부동산 버블, 그리고 청년 실업, 노령화를 겪은 일본이라는 나라로부터 힌트를 얻어야 한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일본에서 1999년부터 조교 생활을 하고, 지금은 와세대 대학교 국제학술원 정교수로 재직 중인데, 이 책을 통해서 한국인들이 모르는 일본에 대해서, 그리고 반대로 일본인들이 모르는 한국에 대해서 알리고자 한다. 저자는 양국 간의 정치적인 갈등이 사람 대 사람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한국인이 모르는 일본’을 한국에 얘기할 테니 당신들은 ‘일본인이 모르는 한국’을 일본에 얘기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들은 끝없이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중략) 언론은 주목을 끌 만한 선정적 이슈를 중심으로 보도한다. 그 가운데 팩트가 비틀어지고, 한국인과 일본인의 솔직한 감정이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그래서 오해만 쌓여간다” - p34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을 강타한 재팬 쇼크(일본의 수출 규제), 일본은 정말 불황에서 벗어났는가, 불황터널 안에 갇힌 한국, 일본은 어떻게 불황에서 벗어났는가, 일본 기업의 진화, 일본은 불황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한다든지, 한국의 경제가 일본을 따라온 것에 대한 견제 등 얘기가 많다. 사실 일본의 GDP는 4조 9,700억 달러로 한국의 GDP(1조 6,200억 달러)대비 3배에 달한다. 그런데, 물가수준을 고려하여 보정된 1인당 GDP를 적용하면, 2017년 한국의 1인당 GDP는 일본의 95%에 육박해서, 1980년의 25%, 1990년의 40% 수준에 비하면 격차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저자는 금번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서 예전 2010년에 중국의 일본향 희토류 수출 규제와 비교한다. 물론 세계적으로 양산이 활발한 희토류와 달리 일본의 반도체향 물질은 좀 더 구하기가 힘들지만, 일본은 이에 대해서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즉, 희토류 공급 확보에 노력하면서, 희토류 사용량 저감기술을 개발했다. 2012년 3월에는 미국, EU와 함께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WTO에 제소했고, 2014년 8월 중국의 규제가 WTO 협정 위반이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또한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2009년 86%에서 2015년에는 55%까지 떨어뜨렸다.
결국 중국의 희토류 업체는 2014년 처음으로 적자를 냈는데, 이는 희토류 가격의 폭락 때문이다. 중국은 2015년 희토류 수출 규제를 전면 철폐하고, 5월에는 희토류 수출에 부과하던 세금마저 철폐했다.
일본은 대외적, 대내적 활동을 통해서 중국을 견제했고, 5년의 시간이 흐른 후 최종적으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물론 일본의 수출 규제 항목이 되는 반도체 재료는 좀 더 대체가 힘들고, WTO에 제소가 과연 승소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 싸움을 끌고 가야하고, 기초 재료에 대한 투자 및 정부의 지원은 정권과 상관없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부동산은 어떠한가? 현재 도쿄의 공실률은 1.7%에 불과하지만 6년 전만 해도 10%를 넘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2018년 말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11.4%였다. 이제 일본 사람들은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 동안 부동산 버블을 경험한 터였다.
“일본인들은 부동산 불패와 부동산 필패라는 두 가지 낡은 신화 모두에서 벗어난 것이다.” - p49
저자는 한국의 부동산이 1990년대 초의 일본이나 2000년대 후반의 미국처럼 하루아침에 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부동산 불패’는 이제 낡은 신화라고 강조한다. 마치 주식처럼 유망한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만이 있을 뿐이다. 최근 일본 도쿄의 집값 상승은 버블이 아닌 실물 경제가 받쳐주면서 인구의 유입이 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일본의 부동산은 ‘일자리’에 의해서 좌우된다.
“불황을 가늠하려면 부동산을 보기 전에 먼저 일자리를 보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도 일자리가 있으면 버틸 수 있다.” - p73
최근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 승소를 거두면서, 일본은 이를 약속을 어긴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러한 것들이 일본 대중들에게 어필하였지만, 금번 일본이 무역 전쟁을 벌인 점이 아베 정권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2019년 10월부터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되는 것도 변수다. 일본은 소비세가 인상될 때마다 경기가 꺾이는 조짐이 있었기 때문에 무역 제재로 인해서 일본 산업도 악영향을 받는다면, 아베 정권에 더 큰 압력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이제 완전 고용을 달성했다. 저자는 일본 경기가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거기에 고령화로 인해서 청년층 인구는 감소한다. 2018년 일본의 15세 이상 인구 실업률은 2.4%, 20대 실업률은 3.7%다. 물론 단순히 청년층 인구 감소 때문은 아니다. 청년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지 18년 만인 2015년에 실업률이 1997년의 5%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규 취업시장에서 구직자가 ‘갑’이라는 기현상이 부럽다.
반면, 한국은 불황에 있다.
이제 우리는 팩트가 무엇인지 좀 더 살펴봐야 하고, 어떻게 하면 불황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자들도 단기적인 실행보다는 장기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정치권에서도 협력을 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한국 젊은이들의 경쟁력에 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오히려 해외에서 기회를 찾을 것도 권유한다. 우리가 현재 위치한 불황의 터널은 언제쯤 끝날지 모른다. 일본이 20여 년간 경험한 불황의 터널을 경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나아갈지, 그리고 청년들은 어떻게 이 난관을 타개해 나갈지, 앞으로의 세대들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바라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