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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평점 :
20 대 80은 미국 사회의 문제를 빗대어서 저자가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1%의 최상류층의 부의 쏠림 현상도 심각하지만 상위 19퍼센트인 중상류층의 기득권이 더 큰 문제라고 한다. 이미 저자도 그 부류에 속하기 때문에 문제를 인정하고, 이러한 특권을 줄여한다고 제안한다.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세계적인 싱크 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경제학 분야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데,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워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후 미국인 아내를 만나고, 2016년 미국에서 시민권을 얻었다. 그는 계층과 불평등 연구를 주로 하고 있고, ‘미국의 사상가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솔직한 목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저자는 자신의 중상류층 20%에 속해있고, 자신들이 받는 혜택을 일부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계층화된 구조도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 문제는 상위 20퍼센트다. 2. 20 VS 80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3. 양육 격차가 특권
만든다. 4. 유리 바닥 위의 사람들 5. 고소득 일자리는 어떻게 대물림 되는가 6. 기회 사재기라는 전략 7. 변화를 위한 제안 8. 20퍼센트의 사람들에게 고함
사실 이 책의 목차만 읽어도 책의 주제와 저자가 하고자는 말을 알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서 계측 간 이동은 갈수록 힘들고, 상위 20퍼센트는 갈수록 부유해진다. 상위 20퍼센트 수준의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배우자를 고르고, 이웃도 끼리끼리 어울린다. 또한 자녀들이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이 더 높고, 나머지 80퍼센트의 공정한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인턴 제도는 어떠한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문제가 되고 있지만, 미국도 마찬가지다. 결국 인맥과 연줄에 따라서 인턴 제도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상위 20퍼센트의 자녀들은 이러한 제도를 활용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가 더 용이하다.
저자는 미국 내 상위 20퍼센트인 중상류층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상위 20퍼센트인 중상류층의 규모와 그들이 집합적으로 가진 권력은 도시의 형태를 바꾸고 교육 제도를 장악하고 노동 시장을 변형시킬 수 있다. 또 중상류층은 공공 담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자, 싱크 탱크 연구자, TV 프로듀서, 교수, 논객이 대부분 중상류층이기 때문이다.” - p12
하지만 저자를 포함한 중상류층의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529 대학 저축 플랜’의 세제 혜택을 없애자고 하자 많은 중상류층이 이에 대해서 반발하여 법안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529플랜이 제공하는 세제 혜택의 90% 이상이 상위 25%에 속하는 가구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는 아주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아무리 합리적인 정책이라도 이해 관계자가 엮여져 있으면 더욱 그렇다. 특히 현재 미국의 중상류층은 기득권에 있고, 정책을 심사하고, 분석하고, 논평을 한다. 당연히 자신들이 불리한 얘기를 안 하려고 하고, 정치인들도 자신의 유권자들을 의식하게 된다.
부자인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가 백인 유권자들을 건드린 것이 돈이 아니라 계급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스스로 블루칼라 분위기를 내뿜었고, 그 문화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사랑을 받았다. 그 자신이 최상류층 1%에 속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중상류층은 미국 내 1%의 상류층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은 99%에 속해있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529 플랜의 혜택은 2001년 조지 부시 정부 때 부터였고, 이러한 세제 혜택은 더 이상 중상류층에게서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되었다.
“문제는 중상류층의 자기 성찰에 진지한 관심이 없다는 데 있었다.” - p18
2011년 메이데이(5월 1일)에 ‘점명하라’ 시위에 참여한 사람 중 3분의 1 이상이 연 소득 10만 달러가 넘었다. 그들은 최상위 1%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지만, 자신들 19%와 하위 80%를 비교하지 않는다. 1979년에서 2013년 사이에 상위 19%가 차지한 소득 증가분이 2.7조 달러이고, 하위 80퍼센트의 소득 총합은 이보다 소폭 많은 3조 달러를 넘는 수준임에도 말이다. (상위 1%는 1.3조 달러 증가)
저자는 영국 태생이지만 계급 장벽이 존재하는 사회가 너무 싫었고, 계급 없는 사회인 미국에 매료되어서 시민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미국의 더 견고한 계측 구조에 낙심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는 대신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변화를 추진한다. 비록 그가 속한 중상류층의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지만 말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미국 사회에 7가지 변화를 제안한다.
-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을 줄이자
- 가정 방문 프로그램을 늘려 육아의 질을 높이자
- 더 훌륭한 교사들이 일할 수 있게 하자
- 대학 학자금 조달 기회를 공정하게 만들자
-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를 없애자
- 동문 자녀 우대를 없애자
- 인턴 기회를 개방하자
- 역진적 조세 보조 폐지로 자금을 마련하자
저자가 강조한 제안한 항목 중에 육아와 교육 관련이 8가지 중에 무려 5가지를 차지한다. 그만큼 부의 대물림이 되는 관습을 막기 위해서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것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중상류층이 아이들이 하위 80%에 떨어지지 않도록 ‘유리 바닥’을 깔아주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를 ‘기회 사재기’라고도 표현한다.
저자의 말처럼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러나 과연 미국의 19%는 그 권리를 포기하려고 할까?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의문을 던진다.
“아메리칸 드림은 살아 있고 건재하지만, 중상류층인 우리가 그 꿈을 사재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그 꿈을 공유할 의지가 있는가?” -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