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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가지 사건으로 보는 금의 역사 - 왜 사람은 금을 탐하나?
루안총샤오 지음, 정영선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평점 :
“황금은 권력, 돈, 영예, 아름다움, 안전, 영생불멸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불을 붙였다. 또한 탐욕의 상징이자 허영의 도구였고, 교환수단으로서 화폐의 자리에 올랐다.” - p4
황금은 인류의 역사에서 장식물로 쓰였고, 또한 화폐 도구로서 쓰였다.
어릴 적부터 만화나 영화를 통해서 수많은 악당이나 주인공이 황금이 가득한 엘도라도를 찾는 것을 봤다. 그런데, 실제로 금을 일상생활에서 접할 일은 많지 않다. 이미 화폐나 그 몫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사람들은 안정적인 가치를 자랑하는 금을 산다고 한다. 금의 가치를 계속 오르고 있다. 그래서 과연 ‘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특히 금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이 흥미로웠다.
저자 루안총샤오는 경제 칼럼니스트이자 경영 컨설턴트이다. 거시적인 관점과 방대한 역사 및 경제 지식을 토대로 금의 경제학적 위치와 역할, 금을 저지하려는 음모와 실패를 이 책에 담았다.
책은 총 6장, 그리고 39가지의 사건을 다뤘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를 이야기한다. 고대 시대의 황금에 대한 갈망, 신대륙 황금을 둘러싼 쟁탈전, 금본위제(화폐와 금과의 등가관계를 유지시키는 방법)하의 황금을 둘러싼 각축전, 브레턴우즈 체제의 달러본위제, 황금의 앞으로 위상이 그것이다.
먼저 이 책의 저자 처음에 밝힌 바와 같이 ‘왜 전 세계 사람들은 금에 열광했는가? 그리고 하는가?’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구약성서》에도 유대인들이 숭배한 금송아지가 언급되니 말이다.
황금은 태양을 숭배한 인간이 좋아할 만한 빛깔이다. 이 빛깔에 매료된 사람들은 이를 제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여겼다.
이집트, 리디아, 페르시아 제국, 로마 제국도 금화를 제국의 번영을 유지하는 절대적인 수단으로 여겼다고 한다. 또한 이후 금본위제의 시행은 대영 제국을 세계 최고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했다.
특히 이집트는 ‘황금이 흙보다 많다’라고 여겨질 정도로 황금 산지로 유명했다. 1922년 ‘왕들의 계곡’에서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파피루스에는 황금의 생산지가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황금의 뒷받침으로 이집트는 뛰어난 건축 기술을 발휘하고, 거대한 신전을 지을 수 있었다.
리디아의 크로이소스는 금을 제대로 화폐로 만들어서 유통시켰다. 순도가 낮은 금과 은을 제련하고 불순물을 걸러내는 금 제련소를 인류 최초로 만들었다.
이후 리디아를 멸망시킨 페르시아 제국은 다리우스 1세에 이르러서 화폐제도를 추진하면서 금화 앞면에 자신의 초상을 새기로 ‘다레이코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 이후 세계 각지에서 화폐는 이를 모방하여 자민족의 ‘국부급’ 인물을 동전이나 지폐에 새겨 넣었다. 그는 한 개의 다레이코스를 금 8.3그램으로 주조하도록 규정하면서 금본위 화폐 제도를 수립했다.
로마 제국은 제국을 확장하면서 더욱 더 많은 황금을 필요로 했다. 특히 영토 확장을 위해 도입한 용병제는 사병들의 보수를 지급하기 위해서 더 많은 금과 은을 필요로 했다. 결국 더 많은 약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욕심이 1차 ~ 3차 포에니 전쟁을 유발시켰다.
로마를 계승한 비잔틴 제국의 금화 유통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서 중국에서 발견된 외국화폐 중 비잔틴의 금화가 페르시아 사산 왕조의 은화 다음으로 많았다고 한다. 퇴폐적인 비잔틴 황제들은 넘쳐나는 황금을 갖고, 모든 궁전을 금으로 장식했다. 소피아 대성당을 짓는 데 무려 15만 5150킬로그램의 황금을 사용했다.
이러한 황금에 대한 욕망은 1500년 전후로 시작한 신대륙 발견에 영향을 줬다. 골드러시가 붐이 되고, 이제 좁은 지중해를 벗어나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기회를 찾았다. 특히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자, 유럽인들은 페르시아 만을 통해 인도와 중국을 오갈 수 없게 되었는데, 그 동안 구해온 향료를 얻기 힘들게 되자 새로운 무역 항로가 필요했다.
이후 20세기 제1차 세계대전과 월가에서 시작된 대공황으로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닉슨 대통령에 의해 달러 화폐체계에서 제거되었다. 많은 이들이 ‘달러’의 가치를 믿고, 금을 대신해서 그 패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었다. 그들은 미국이 초강대국이고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화폐 관리를 아주 기교있게 잘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 잘못 됐다는 것을 아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양적완화를 위해서 달러를 마구 찍어대자 달러의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무려 1조 7000억 달러의 1차 양적 완화가 시작되었다. 유럽에서는 2000억 유로의 부양책, 중국은 4조 위안의 부양책을 시행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금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금은 리스크 회피를 위한 훌륭한 수단이 된 것이다.
“노력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적어도 인간의 금에 대한 욕망과 금을 캐려는 열정은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다.” - p18
금값은 지난 15일 기준으로 온스당 1523.34달러로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올해만 18.8%가 올랐는데, 2009년 초부터 지금까지 달러지수는 총 4.1% 하락했다.
저자가 서문에 언급한 바와 같이 황금은 이미 ‘부의 수호자’가 되었고, 가치는 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한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 책을 통해서 황금의 역사, 그리고 앞으로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