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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 - 역사는 화폐가 지배한다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송은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8월
평점 :
“부를 원한다면 돈의 역사부터 이해해야 한다!”
돈을 이해해야 부를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강력히 주장한다. 그래서 요새 돈의 역사에 대한 책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를 좌우한 ‘화폐’의 역사는 어떠한가? 이 책에서 저자는 30가지 대표적인 사건으로 이를 다룬다.
책의 구성은 4,000년 전, 최초의 화폐부터 시작한다.
주화라는 것이 언제 생겼고, ‘은’의 통화로서의 역할, 그리고 중국에서 동전, 이슬람의 ‘어음’이 유럽에서 ‘지폐’가 된 사유, 16세기 신대륙의 ‘은’이 구대륙에 미친 영향, 영불 식민지 전쟁으로 인한 ‘국채’와 ‘지폐’의 등장, ‘파운드’에서 ‘달러’의 시대, 전자 화폐, 비트코인까지 다룬다.
통화의 시작은 물물 교환이었다. 물물교환이 성행하자 이를 도와주는 ‘상인’이 출현했다. 당연히 소지하기 편한 화폐가 등장했고, 서아시아에서는 은 조각(은덩이), 황허강 중류 지역에서는 별보배고둥 껍데기가 화폐로 사용되었다. 즉, 이들은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종교성, 신비성, 주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은’은 서아시아에서 ‘달’을 제일 닮은 금속이고, ‘메탈’이라는 뜻도 ‘은’을 의미한다. ‘은’은 유통 기한이 없고(부패하지 않고), 채굴량이 적고, 번거로운 제련 과정을 거쳐야 된다는 점에서 그 희귀성도 인정받아서 화폐가 되었다. 반면 이집트에서 많이 채굴되던 ‘금’은 파라오(왕)가 독점을 해서 화폐로 쓰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은이 유통되면서,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무게 단위가 생겼고, 메소포타미아에서 은덩이는 세겔(약8그램), 그 60배인 미나(약 500그램)라는 단위로 거래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귀족과 평민 사이는 ‘은’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세겔’이라는 단위는 이스라엘의 화폐단위로 남아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금과 은은 1:13.5의 교환 기준이 만들어 지고, 기원전 7세기에는 금과 은의 자연 합금인 ‘일렉트럼’이 출현한다. 비록 주조법이 어려워서 유통되지는 못했지만, 마침내 기원전 6세기 중반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기원전 596년 ~ 546년)이 금과 은으로 만든 주화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상인 대신 왕이 주도해서 화폐를 발행하고, 그 형태가 균일해지면서 ‘주화 혁명’이 발생한다. 이러한 주화 독점 발행을 통해서 크로이소스 왕은 막대한 부를 일궜다.
특히 페르시아 제국은 최전성기의 왕 다리우스 1세 때(기원전 550~486년) 왕의 모습을 새긴 다레이코스 금화(약 8.4그램), 시글로스 은화(약 5.4그램)를 유통시켰다. 이를 통해서 페르시아 제국은 품질이 뛰어난 주화를 만들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주화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서 유통시켜서, 이를 후대의 로마 제국 등에 전승시키도록 했다. 로마 제국은 그리스의 도움으로 동지중해의 변방 국가에서 세계 최초의 해양 제국을 이루었다. 로마 공화정의 경제 기반은 ‘소금(라틴어로 sal)’이었는데, 로마의 중장 보명에게 소금 덩어리를 현물로 지급했다. 나중에 소금을 사기 위한 돈은 결국 ‘샐러리’(Salary)로 축약되었다. 샐러리맨이라는 단어는 일본식 조어이고, 돈을 의미하는 ‘머니’(Money)라는 용어도 로마제국에서 유래되었는데, 주노 여신의 별명인 ‘모네타’로부터였다.
하지만 로마는 제국을 건설한 이후 조세 수입이 감소하면서, 은의 함유량을 낮추고,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결국 이로 인해서 제국의 멸망을 촉발시켰다. 로마의 인구는 약 5,500만 명에 달했으니, 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경제 변화가 정치적 혼란을 유발한 것이다.” - p49
동쪽에서는 중국에서 은나라가 출현해서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했다. 중국어에서 돈과 관련된 많은 한자에 ‘조개’를 의미하는 한자가 포함되었다. 리디아에서 주화가 출현했을 때, 중국에서는 ‘도전’이나 ‘포전’과 같은 청동 화폐가 거래되었다. 진나라의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이후로 값싼 동전이 대량으로 유통된 것은 특이함 점이다.
이슬람 상인들은 ‘아시아의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아바스 왕조의 전성기에 바그다드의 인구는 무려 150만 명에 달했고, 3만 개에 가까운 목욕탕이 있었다. 이렇게 번성한 상업 활동에 은이 부족하게 되었고, 10세기에는 ‘어음 혁명’이 진행되었다. 어음은 한 마디로 신용 거래다. 수표를 뜻하는 ‘체크check’는 왕을 뜻하는 ‘Shah’라는 아리비아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결국은 이러한 어음은 스페인, 포르투칼, 이탈리아에서 발전하고, 네덜란드에서 무기명 어음이 보급되었다. 17세기 말에 영국에서는 군자금 부족으로 국채를 발했다. 세계 최초의 지폐는 북송 시대에 발행되었는데, 동전이 너무 무겁고 운반하기 힘들어서 ‘교자’라는 어음을 지폐로 발행했다. 이를 뒤이은 원나라는 ‘지폐 대국’이었고, 위조지폐를 만드는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
신대륙에서 발견된 은으로 스페인은 멕시코에 화폐 주조소를 짓고, 대량의 은을 은화로 만들어서 멕시코 달러는 세계 최초의 세계 은화 및 통화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은의 가치 폭락으로 인플레이션을 겪지만, 아시아 경제는 활기를 띠게 된다. 이른바 ‘동아시아의 실버 러시’라고 한다. ‘달러’의 어원도 은화에서 유래되었는데, 탈러thaler는 은이 채굴되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이렇게 왕과 귀족이 주화를 만들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이러한 트렌드는 약 2,000년간 지속되는데,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지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저자의 통화에 대한 정의가 흥미롭다.
“통화란 정치화된 돈으로 지배자가 가치를 정해 영토 내에 강제로 유통한 돈을 말한다.” - p41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통화란 권력자, 국가에 의해서 강제로 만들어진 돈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환율에 관심을 갖고, 국가 간에 통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한 나라의 번영, 쇠퇴, 전쟁, 갈등은 모두 ‘화폐’로부터 시작한다. 나라가 건강하면 갈등과 미움은 없다. 하지만 통화는 시스템을 바꾼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더 돈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요새 ‘돈’의 역사에 대한 책이 많지만, 이 책만큼 읽기 쉽고, 잘 편집된 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실제 고대 화폐에 대한 사진, 그리고 화폐의 역사를 잘 정리한 요약본도 이해를 돕는 수단이 된다. 돈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