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 핑크색 뇌를 가진 라틴계 한국인, 그가 본 일본이라는 나라
박경하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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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의 문화, 사회, 역사에 대한 책을 읽었다. 

저자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일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회사의 한국 법인 대표로 있었고, 한국 회사의 일본 법인장으로 근무했다. 


책의 목차는 역사, 문화, 사회생활, 전략, 일본 삶과 나로 구성되어있다. 


한국 오리온 그룹의 일본 법인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과장 시장도 알 수 있었다. 일본 초코파이 시장의 60%를 롯데의 ‘초코파이’가 점유하고 있고, 25%는 모리나가의 ‘엔젤파이’가 차지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과장 시장은 무려 30조 원에 달해서, 전 세계 2위 큰 시장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장에서 저자는 한국 과자 브랜드가 들어가기 힘들고(롯데는 예외), 결국 자신의 브랜드가 있지만 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OEM)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점도 호소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일본 과장 시장의 1위는 메이지제과, 2위는 롯데, 3,4위는 에자키글리코와 모리나가라고 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회사들이 경쟁을 하고 있지만, 과자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게릴라성 호우’같은 게릴라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최소한의 상품으로 협/급/강의 전략을 구사했다. 즉, 협은 일정 지역, 급은 짧은 시간에, 강은 아주 세차게이다. 또한 ‘강자가 못하는 것이 약자의 전략’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즉, 대기업의 의사 결정이 늦은 점, 개혁가나 아이디어맨의 의사가 잘 채택 안 되는 문제, 그리고 열정 등으로 극복해야 된다고 말한다. 물론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진입이 쉽지 않아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한 일본 내에서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일본인 직원들은 대부분 대도시로 진출해서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려는 의지와 근면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20년 넘게 생활하면서, 일본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문제점도 지적한다. 특히 일본의 정치 수준이 3류 밖에 안 된다고 한탄을 하고, 한국 정치인들에 대한 비평도 한다. 


“일본의 우익이 또 설칩니다. 정치적으로 또 문제를 만듭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본의 부분적인 모습입니다. 너무 이기적이고 3류 정치인들입니다.” - p164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거래처와 네고에 대한 것이다. 

당시 2009년, 회사 본사의 문제가 발생해서 몇 개월째 담당자들 간에 험악한 사태가 지속되자나, 본사의 부사장과 상무, 저자(일본법인장)가 나섰다.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역할 분담인데, 책임자는 본사 부사장, 조건 제시는 상무, 분위기 메이커와 일본 사장의 기분을 맞춰주는 무마자 및 통역 등을 정하고, 거래처와 미팅 전에 사무실에서 실전과 비슷한 예행연습을 했다. 


3시간의 긴 네고가 있었는데, 전반부는 유대감 형성, 세상 이야기 등이고, 본론은 조건 제시였다. 당연히 분위기가 안 좋아졌고, 일본 사장은 화장실을 간다고 잠시 자리를 떴다. 이 때 승부수를 던졌는데, 일본 사장이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본사 부사장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는 ‘도게쟈’를 행했다. 상대방은 당황하고, 같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으며, 결국 이 후로는 원만하게 네고가 끝났다. 


일본 사람들이 중시하는 ‘오랜 거래’를 위해서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다. 물론 무릎을 꿇는 것에 당연히 반감을 가질 수 있지만, 상대방의 예절을 존중하고, 이를 통해서 고객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금전적으로도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다소 아쉬운 점은 먼저 책의 디자인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고, 비속어가 좀 많다는 것이다. ‘ㅋㅋ, ㅋㄷㅋㄷ’ 같은 표현도 친한 사람에게는 괜찮지만, 일반 독자들 중에는 이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생긴다. 


오히려 이 책에 저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제과 업계를 중심으로 좀 더 마케팅적인 접근을 하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문화와 역사, 사회, 개인사로 집중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저자의 낙천적인, 유머 코드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동안 잘 몰랐던 일본의 역사, 문화, 그리고 개인적인 삶도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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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 - 역사는 화폐가 지배한다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송은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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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원한다면 돈의 역사부터 이해해야 한다!” 


돈을 이해해야 부를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강력히 주장한다. 그래서 요새 돈의 역사에 대한 책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를 좌우한 ‘화폐’의 역사는 어떠한가? 이 책에서 저자는 30가지 대표적인 사건으로 이를 다룬다. 


책의 구성은 4,000년 전, 최초의 화폐부터 시작한다. 

주화라는 것이 언제 생겼고, ‘은’의 통화로서의 역할, 그리고 중국에서 동전, 이슬람의 ‘어음’이 유럽에서 ‘지폐’가 된 사유, 16세기 신대륙의 ‘은’이 구대륙에 미친 영향, 영불 식민지 전쟁으로 인한 ‘국채’와 ‘지폐’의 등장, ‘파운드’에서 ‘달러’의 시대, 전자 화폐, 비트코인까지 다룬다. 


통화의 시작은 물물 교환이었다. 물물교환이 성행하자 이를 도와주는 ‘상인’이 출현했다. 당연히 소지하기 편한 화폐가 등장했고, 서아시아에서는 은 조각(은덩이), 황허강 중류 지역에서는 별보배고둥 껍데기가 화폐로 사용되었다. 즉, 이들은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종교성, 신비성, 주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은’은 서아시아에서 ‘달’을 제일 닮은 금속이고, ‘메탈’이라는 뜻도 ‘은’을 의미한다. ‘은’은 유통 기한이 없고(부패하지 않고), 채굴량이 적고, 번거로운 제련 과정을 거쳐야 된다는 점에서 그 희귀성도 인정받아서 화폐가 되었다. 반면 이집트에서 많이 채굴되던 ‘금’은 파라오(왕)가 독점을 해서 화폐로 쓰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은이 유통되면서,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무게 단위가 생겼고, 메소포타미아에서 은덩이는 세겔(약8그램), 그 60배인 미나(약 500그램)라는 단위로 거래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귀족과 평민 사이는 ‘은’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세겔’이라는 단위는 이스라엘의 화폐단위로 남아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금과 은은 1:13.5의 교환 기준이 만들어 지고, 기원전 7세기에는 금과 은의 자연 합금인 ‘일렉트럼’이 출현한다. 비록 주조법이 어려워서 유통되지는 못했지만, 마침내 기원전 6세기 중반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기원전 596년 ~ 546년)이 금과 은으로 만든 주화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상인 대신 왕이 주도해서 화폐를 발행하고, 그 형태가 균일해지면서 ‘주화 혁명’이 발생한다. 이러한 주화 독점 발행을 통해서 크로이소스 왕은 막대한 부를 일궜다. 


특히 페르시아 제국은 최전성기의 왕 다리우스 1세 때(기원전 550~486년) 왕의 모습을 새긴 다레이코스 금화(약 8.4그램), 시글로스 은화(약 5.4그램)를 유통시켰다. 이를 통해서 페르시아 제국은 품질이 뛰어난 주화를 만들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주화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서 유통시켜서, 이를 후대의 로마 제국 등에 전승시키도록 했다. 로마 제국은 그리스의 도움으로 동지중해의 변방 국가에서 세계 최초의 해양 제국을 이루었다. 로마 공화정의 경제 기반은 ‘소금(라틴어로 sal)’이었는데, 로마의 중장 보명에게 소금 덩어리를 현물로 지급했다. 나중에 소금을 사기 위한 돈은 결국 ‘샐러리’(Salary)로 축약되었다. 샐러리맨이라는 단어는 일본식 조어이고, 돈을 의미하는 ‘머니’(Money)라는 용어도 로마제국에서 유래되었는데, 주노 여신의 별명인 ‘모네타’로부터였다. 


하지만 로마는 제국을 건설한 이후 조세 수입이 감소하면서, 은의 함유량을 낮추고,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결국 이로 인해서 제국의 멸망을 촉발시켰다. 로마의 인구는 약 5,500만 명에 달했으니, 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경제 변화가 정치적 혼란을 유발한 것이다.” - p49


동쪽에서는 중국에서 은나라가 출현해서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했다. 중국어에서 돈과 관련된 많은 한자에 ‘조개’를 의미하는 한자가 포함되었다. 리디아에서 주화가 출현했을 때, 중국에서는 ‘도전’이나 ‘포전’과 같은 청동 화폐가 거래되었다. 진나라의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이후로 값싼 동전이 대량으로 유통된 것은 특이함 점이다.


이슬람 상인들은 ‘아시아의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아바스 왕조의 전성기에 바그다드의 인구는 무려 150만 명에 달했고, 3만 개에 가까운 목욕탕이 있었다. 이렇게 번성한 상업 활동에 은이 부족하게 되었고, 10세기에는 ‘어음 혁명’이 진행되었다. 어음은 한 마디로 신용 거래다. 수표를 뜻하는 ‘체크check’는 왕을 뜻하는 ‘Shah’라는 아리비아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결국은 이러한 어음은 스페인, 포르투칼, 이탈리아에서 발전하고, 네덜란드에서 무기명 어음이 보급되었다. 17세기 말에 영국에서는 군자금 부족으로 국채를 발했다. 세계 최초의 지폐는 북송 시대에 발행되었는데, 동전이 너무 무겁고 운반하기 힘들어서 ‘교자’라는 어음을 지폐로 발행했다. 이를 뒤이은 원나라는 ‘지폐 대국’이었고, 위조지폐를 만드는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 


신대륙에서 발견된 은으로 스페인은 멕시코에 화폐 주조소를 짓고, 대량의 은을 은화로 만들어서 멕시코 달러는 세계 최초의 세계 은화 및 통화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은의 가치 폭락으로 인플레이션을 겪지만, 아시아 경제는 활기를 띠게 된다. 이른바 ‘동아시아의 실버 러시’라고 한다. ‘달러’의 어원도 은화에서 유래되었는데, 탈러thaler는 은이 채굴되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이렇게 왕과 귀족이 주화를 만들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이러한 트렌드는 약 2,000년간 지속되는데,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지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저자의 통화에 대한 정의가 흥미롭다.

“통화란 정치화된 돈으로 지배자가 가치를 정해 영토 내에 강제로 유통한 돈을 말한다.” - p41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통화란 권력자, 국가에 의해서 강제로 만들어진 돈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환율에 관심을 갖고, 국가 간에 통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한 나라의 번영, 쇠퇴, 전쟁, 갈등은 모두 ‘화폐’로부터 시작한다. 나라가 건강하면 갈등과 미움은 없다. 하지만 통화는 시스템을 바꾼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더 돈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요새 ‘돈’의 역사에 대한 책이 많지만, 이 책만큼 읽기 쉽고, 잘 편집된 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실제 고대 화폐에 대한 사진, 그리고 화폐의 역사를 잘 정리한 요약본도 이해를 돕는 수단이 된다. 돈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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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웨폰 - 핵보다 파괴적인 사이버 무기와 미국의 새로운 전쟁
데이비드 생어 지음, 정혜윤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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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뒷면에 흥미로운 얘기가 있다.

“미국 대기업에는 두 부류가 있다. 중국에 해킹을 당한 기업과 아직 해킹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기업” -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 국장


최근 들어서 미국의 중국 기업 화웨이를 제재하는 것도 결국 사이버 전쟁을 염두에 둔 처사다. 이제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갖느냐가 관건이다. 심지어 해킹을 통해서 상대방 국가의 금융기관, 군사시설, 인프라시설, 통신시설 등을 초토화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서두에서 미국이 무너진다면 공격 무기는 핵이 아니라, 사이버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말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양상을 보면, 많은 국가들이 해커들을 양성하고, 앞으로의 사이버전에 대비한다. 북한을 포함해서 말이다. 


저자 데이비드 생어는 《뉴욕 타임스》의 워싱턴 특파원을 30년 동안 하면서 외교안보, 세계화, 핵문제, 백악관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특히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집중하면서 심층 보도를 하며 상을 받았다. 


책의 목차는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 북한, 러시아 등의 사이버 테러를 경고한다. 책에는 주로 일곱 개의 주요 사이버 충돌 국가(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이란, 이스라엘, 북한)를 다룬다.


2015년 러시아 해커들은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해서 대선 후보와 캠프 인사들의 이메일 내용을 상당량 유출시켰다. 문제는 이러한 해킹이 단순히 트럼프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보다 러시아가 그 배후에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전역의 전력 및 원자력 발전소에도 악성 코드를 심어놓아서 언제든지 미국 전원의 전력을 차단할 수 있다. 


2007년만 해도 사이버전쟁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9.11 테러 이후 사이버보다는 테러리즘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사이버 공격은 더 발전해서 도시를 마비시키는 것에서부터 시민들의 신뢰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더 교묘해졌다. 


미국의 국방장관이었던 짐 매티스는 테러리즘을 위한 대비에 너무 많은 힘을 빼다보니, 오히려 군사력의 모든 영역에서 미국이 점한 우위를 잃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중에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가 실패라고 경고했다. 


그 동안 IT 산업이 발전하면서 모든 시설과 교통 시설, 기기들이 연결되고 있는 현상이 오히려 사이버 공격에 취약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공격에 대비해서 선제공격을 감행해야 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즉, 미국의 NSA(National Security Agency)는 해외 컴퓨터 망을 공격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가 있는데, 이러한 무기들이 해킹을 당하면, 오히려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을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사이버 전쟁에서 ‘통제력 상실’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그런데, 미국은 이러한 사이버 병기의 위험성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다. 핵무기의 사용에 대한 컨센서스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서 나라의 생존을 위협하면 상황에서 사용한다는 것이 있지만, 사이버 무기는 그 파괴력이 갈수록 커지는 데도 여기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재래식 무기나 핵무기는 어느 정도 군사력을 비교할 때 가늠할 수 있지만, 사이버 무기는 그렇지 않다. 단 1명의 해커도 큰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사이버 무기에 대해서 공개를 꺼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정치인들이 2016년에 SNS를 선거에 이용하여 국민들의 분열을 조장했고(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4년 전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로 인해서 테크 기업들과 미국 정부의 갈등이 더 심화되었다.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살면서 가끔씩 날 선 문자를 주고받는 이혼부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 p12


이미 미국의 ‘신안보전략’에는 사이버 부대들이 아군이 피해를 입기 전에 적군의 컴퓨터 서버를 공격해서 무력화 시키는 ‘선제공격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승인했다. 문제는 이러한 공격이 드론 공격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승인 없이도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행보에 대해서 경고한다. 

사이버 신무기의 사용 원칙이나 방식에 대해서 제대로 컨센서스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이다. 


핵무기 이후 더 이상 강력한 무기는 없다. 

하지만 사이버 무기는 값이 싸고, 은폐하기 쉽고, 파괴력은 훨씬 더 강력하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사이버 전쟁에서 강대국과 약소국의 경계는 없다. 누구든 서로를 공격하고,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그리고 사이버 공격의 무서운 점은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다는 점이다. 또한 상대 국가의 인프라 시설을 공격하는 ‘고강도’의 사이버 테러 보다는 일반 시민들을 공격하는 ‘저강도’의 사이버 테러가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사이버 무력을 보유한 국가는 3,4개 정도였지만 이제는 30개국이 넘고, 사이버 무기 생산력 증가 곡선은 군용 비행기의 증가 곡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이버 공격도 지난 10여 년간 무려 200여 차례 이상으로 추산된다. 


저자는 이제부터라도 미국이 앞장서서 자신들의 사이버 능력을 밝히고, 어떤 한계를 지킨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비밀주의와 이기주의는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사이버 전쟁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핵심 문제는 미국 정부가 거울을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점인 것 같다.” - p23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사이버 전쟁의 위험과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대비해야할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가 경고하는 시그널이 결코 과장되지 않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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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로웅 웅 지음, 이승숙 외 옮김 / 평화를품은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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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1984년)에 샘 워터스톤, 존 말코비치, 행 S. 응고르가 주연한 〈킬링필드〉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 어린 나이에 봤을 때도 캄보디아의 참상이 너무나 끔찍하게 다가왔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농촌에서 어린 병사들이 지식인들을 잔인하게 살인하는 것이었다. ‘과연 이념이라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캄보디아는 관광지로서 서구인들에게 각광을 받는 곳이었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베트남과 닿아 있는 캄보디아 국경에 폭탄을 투하해서 베트남 전쟁이 캄보디아까지 확산되었고, 크메르루즈는 소작농과 농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1975년, 마침내 공산주의 혁명 단체인 크메르루즈가 수도 프놈펜을 장악하고 정권을 장악하자 비극이 시작되었다. 


크메르루즈가 통치하던 1975년 ~ 1979년까지 4년 동안 무려 200만 명의 양민들이 학살되었다. 킬링필드는 양민이 학살된 곳이라는 의미다. 


지은이 로웅 웅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녀가 다섯 살이 되던 1975년 크메르루즈가 정권을 장악해서 농촌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부모님과 두 자매 그리고 친척 스무 명이 숨졌다. 다행히 그녀는 1980년 큰오빠 부부와 함께 보트를 타고 태국으로 탈출해서 난민촌에서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녀는 2000년 킬링필드 시기, 가족의 생존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펴냈다. 2017년 안졸리나 졸 리가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녀는 지금 작가이면서 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의 서문에 그녀는 크메르루주 치하에서 억울하게 죽은 2백만 명의 넋을 위로하며, 그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세상을 떠난 두 자매에게 책을 바쳤다. 또한 그녀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리도록 도와준 그녀의 오빠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녀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고, 집도 잘사는 편에 속했다. 

아버지는 헌병으로 일했고, 어머니는 꽤 유명한 미인이었다. 승려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한 눈에 반해서 승려 생활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결혼했다. 


그녀의 남자 형제는 3명이고, 자매는 모두 4명인 7명의 대가족이었다. 열여덟 살의 멩 오빠, 열여섯 살의 쿠이 오빠, 열 살의 킴 오빠가 있었고, 큰 언니 케아브, 초우 언니, 그리고 막내가 세 살 난 게악이다. 이렇게 대가족은 비교적 큰 집에 살았고, 1975년 당시, 집 안에 수세식 변기, 철제 욕조가 있고, 집에는 전화기가 2대가 있었고, TV도 있었다. 생활은 풍족한 편이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이렇게 행복하게 산 반면,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빈민 지역에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다니고, 자신들이 만든 황소, 대나무 피리 등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이렇게 빈부격차가 큰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메르루즈가 도시에 사는 중산층, 부유층 사람들을 농촌으로 쫓아낼 때, 빈민층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녀의 가족도 결국 도시에서 쫓겨나서 농촌으로 향하는 길에 동참해야 했다. 처음에는 트럭을 타고 갔으나, 트럭마저 멈추자 무려 7일간 걸어야 했다. 


“온 사방에서 사람들이 도시에 남아 있기로 한 사람들에게 새된 목소리고 작별 인사를 하며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다.” - p46


크메르루즈 군은 정부에 일한 사람, 공무원, 군인 등을 가려내서 모두 총살시켰다. 


다행히 이들은 외삼촌이 있는 시골 마음에서 신분을 숨긴 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자신들의 신분이 들킬 수 있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하게 살면서 친구들도 사귈 수 없었다. 또한 크메르루즈 군은 돈, 손목시계, 카세트 플레이어, 텔레비전도 금지하고, 학교와 대학을 파괴했다. 


“도시에서는 나의 관심과 우정을 바라는 아이들과 친해졌지만, 여기서는 아이들이 나를 의심하고 내가 다가가면 달아난다.” - p79


결국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다른 마을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이들 가족은 계속 크메르루주군에 감시를 당하면서 신분을 위장해야 했다. 심지어 5살 먹은 어린 그녀도 이러한 위험함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식구들에게 배급되는 식량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이들은 날짐승을 잡아서 먹어야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새, 풍뎅이, 메뚜기, 개구리 등 가리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눈물에 겨운 노력이 인상적이다. 오빠들도 자신의 몫을 하면서 자매들을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 가족 앞에는 더 많은 시련이 놓여있다. 결국 이들은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남은 가족은 떠난 가족들을 기억하며 산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책의 힘이 역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만약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면, 많은 이들은 이러한 만행에 대해서 잊고 지낼지 모른다. 또한 저자는 삶의 의지와 희망, 용기, 사랑과 가족의 생존 이야기를 감동 있게 전한다. 


전쟁의 상흔을 겪은 우리나라 국민들이기에 이 책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책의 내용이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그만큼 책의 흡입력이 대단하고, 이를 영화로 만든 안젤리나 졸리 감독도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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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꿰뚫어 보는 FBI 심리 기술 - FBI가 알려주는 심리 기술 활용법
진성룽 지음, 원녕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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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진성룽은 FBI 요원이 아니지만, 《차이나즈 비즈니스 헤럴드》의 편집자이면서 작가이다. 주로 경제, 경영, 사회과학 관련 책을 집필했는데, 이 책은 심리학과 관련된 것인데, 주로 FBI 요원들이 실제 범죄자들을 심문할 때 쓰는 다양한 테크닉을 소개한다.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고,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심리를 파악하는 법에 대해서 다룬다. 이 중에서 4장인 ‘눈동자의 움직임에 담긴 정보를 포착한다’는 것이 특히 흥미가 갔다. 


누군가가 사람의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얘기했듯이, 어떤 사람의 눈빛은 거짓을 이야기하는 순간 흔들리거나 다른 곳을 쳐다본다고 한다. 물론 이를 의식하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사람은 그다지 흔하지 않다.


FBI, 미국연방수사국은 ‘심리 기술’을 수사 과정에 적극 활용하면서 범죄자를 찾아냈다. 이들은 범죄 심리 연구기관 중 가장 뛰어난 업적을 자랑한다. 


여러 가지 기술 중에서 타인의 걸음걸이를 통해서 심리 상태를 아는 것이 가장 흔히 활용하는 방법이다. 즉, 일반적으로 보폭이 큰 사람은 심신이 건강하고 품행이 바르지만, 반면 승부욕이 강하고 고집이 센 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이 용의자가 되었을 때, 갑자기 걸음걸이가 바뀌었다면, 범행동기가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다리가 짧아 좁은 보폭으로 빠르게 걸으면 이 사람의 성미가 급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직원도 보폭을 빠르게 걷는데, 성격이 상당히 급하다. 또한 신발을 끌며 걷거나 신발 뒤축이 심하게 닳은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하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질투심이 매우 강하다. 


악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힘주어 악수하는 사람은 성격이 대개 명랑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데, 너무 습관적으로 힘주어 악수하는 사람은 자신감이 지나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힘없이 악수하는 사람은 유순한 사람인데, 성격이 예민한 편이다. 주변 사람들과 원만히 지내려고 하나, 정말 가까운 사이는 몇 명 안 되고, 자신감이 부족하다. 


웃음도 주요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수단이다. 

입을 살짝 오므린 채 웃을 듯 말 듯 표정을 지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은 경계해야할 대상이라고 한다. 거짓 웃음을 짓는 사람도 조심해야 될 대상이고, 웃을 때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은 보수적이고 신중한 성격이다. 


드문드문 어색하게 웃음소리를 내는 사람은 물질적인 계산이 빠르고 매우 속물적인 특징이 있다고 한다. 문득, 내가 아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도 굉장히 어색하게 잘 웃는 사람이다. 


코를 만지는 행위도 아주 흥미롭다. 

사람의 코 주변에는 많은 신경조직이 있어서, 특정 감정을 느끼면 특유의 변화가 발생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예를 들어서 대화 중 자주 코를 만지는 사람은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숨기려 한다. 그런 까닭에 FBI 요원들은 대화 중 습관적으로 코를 만지는 사람과 교류할 때, 상대의 감정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고 조언한다.  


이 외에도 ‘상호성의 법칙’도 흥미롭다. 

즉, 내가 베푼 만큼 돌려받는 것이라고 한다. ‘주는 만큼 돌려받는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찰리 채플린과 FBI의 갈등은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그는 FBI에서 ‘요주의 인물’로 낙인이 찍혔다. 아무래도 그의 영화에는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FBI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제작사에 자신의 특수요원을 잠입시켜서 그의 약점을 찾으려고 했고, 그의 예전 여자 친구도 종용해서 채플린을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했다. 결국 찰리 채플린은 FBI의 끊임없는 공작으로 추방되어서 스위스에 살게 되었다. 서로 간에 조금씩 양보만 했으면 될 일이 끝까지 갈등으로 가다가 안 좋은 결과로 이루어졌다. 


이 외에 마를린 먼로의 죽음에 FBI의 직접적인 관여는 없지만 그녀에게 스트레스를 줘서 약물과다로 사망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새롭게 들은 이야기다. 


FBI에서 25년간 일한 조 내버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되, 타인의 생각을 헤아리고, 타인의 심리 변화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5


FBI의 심리기술은 꼭 범죄자를 색출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하는 데 있어서 ‘타인의 심리 변화’를 읽는 것은 꼭 필요한 요소다. 남의 심리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은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인간관계를 잘 해나가고, 가면 속에 감춰진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법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우선, 나의 가면을 벗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할 때, 그나 그녀도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심리기술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책은 여러모로 많은 흥미로운 인간 심리를 가르쳐줘서 꽤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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