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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 핑크색 뇌를 가진 라틴계 한국인, 그가 본 일본이라는 나라
박경하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8월
평점 :
오랜만에 일본의 문화, 사회, 역사에 대한 책을 읽었다.
저자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일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회사의 한국 법인 대표로 있었고, 한국 회사의 일본 법인장으로 근무했다.
책의 목차는 역사, 문화, 사회생활, 전략, 일본 삶과 나로 구성되어있다.
한국 오리온 그룹의 일본 법인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과장 시장도 알 수 있었다. 일본 초코파이 시장의 60%를 롯데의 ‘초코파이’가 점유하고 있고, 25%는 모리나가의 ‘엔젤파이’가 차지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과장 시장은 무려 30조 원에 달해서, 전 세계 2위 큰 시장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장에서 저자는 한국 과자 브랜드가 들어가기 힘들고(롯데는 예외), 결국 자신의 브랜드가 있지만 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OEM)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점도 호소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일본 과장 시장의 1위는 메이지제과, 2위는 롯데, 3,4위는 에자키글리코와 모리나가라고 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회사들이 경쟁을 하고 있지만, 과자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게릴라성 호우’같은 게릴라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최소한의 상품으로 협/급/강의 전략을 구사했다. 즉, 협은 일정 지역, 급은 짧은 시간에, 강은 아주 세차게이다. 또한 ‘강자가 못하는 것이 약자의 전략’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즉, 대기업의 의사 결정이 늦은 점, 개혁가나 아이디어맨의 의사가 잘 채택 안 되는 문제, 그리고 열정 등으로 극복해야 된다고 말한다. 물론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진입이 쉽지 않아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한 일본 내에서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일본인 직원들은 대부분 대도시로 진출해서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려는 의지와 근면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20년 넘게 생활하면서, 일본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문제점도 지적한다. 특히 일본의 정치 수준이 3류 밖에 안 된다고 한탄을 하고, 한국 정치인들에 대한 비평도 한다.
“일본의 우익이 또 설칩니다. 정치적으로 또 문제를 만듭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본의 부분적인 모습입니다. 너무 이기적이고 3류 정치인들입니다.” - p164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거래처와 네고에 대한 것이다.
당시 2009년, 회사 본사의 문제가 발생해서 몇 개월째 담당자들 간에 험악한 사태가 지속되자나, 본사의 부사장과 상무, 저자(일본법인장)가 나섰다.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역할 분담인데, 책임자는 본사 부사장, 조건 제시는 상무, 분위기 메이커와 일본 사장의 기분을 맞춰주는 무마자 및 통역 등을 정하고, 거래처와 미팅 전에 사무실에서 실전과 비슷한 예행연습을 했다.
3시간의 긴 네고가 있었는데, 전반부는 유대감 형성, 세상 이야기 등이고, 본론은 조건 제시였다. 당연히 분위기가 안 좋아졌고, 일본 사장은 화장실을 간다고 잠시 자리를 떴다. 이 때 승부수를 던졌는데, 일본 사장이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본사 부사장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는 ‘도게쟈’를 행했다. 상대방은 당황하고, 같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으며, 결국 이 후로는 원만하게 네고가 끝났다.
일본 사람들이 중시하는 ‘오랜 거래’를 위해서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다. 물론 무릎을 꿇는 것에 당연히 반감을 가질 수 있지만, 상대방의 예절을 존중하고, 이를 통해서 고객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금전적으로도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다소 아쉬운 점은 먼저 책의 디자인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고, 비속어가 좀 많다는 것이다. ‘ㅋㅋ, ㅋㄷㅋㄷ’ 같은 표현도 친한 사람에게는 괜찮지만, 일반 독자들 중에는 이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생긴다.
오히려 이 책에 저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제과 업계를 중심으로 좀 더 마케팅적인 접근을 하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문화와 역사, 사회, 개인사로 집중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저자의 낙천적인, 유머 코드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동안 잘 몰랐던 일본의 역사, 문화, 그리고 개인적인 삶도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