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로웅 웅 지음, 이승숙 외 옮김 / 평화를품은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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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1984년)에 샘 워터스톤, 존 말코비치, 행 S. 응고르가 주연한 〈킬링필드〉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 어린 나이에 봤을 때도 캄보디아의 참상이 너무나 끔찍하게 다가왔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농촌에서 어린 병사들이 지식인들을 잔인하게 살인하는 것이었다. ‘과연 이념이라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캄보디아는 관광지로서 서구인들에게 각광을 받는 곳이었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베트남과 닿아 있는 캄보디아 국경에 폭탄을 투하해서 베트남 전쟁이 캄보디아까지 확산되었고, 크메르루즈는 소작농과 농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1975년, 마침내 공산주의 혁명 단체인 크메르루즈가 수도 프놈펜을 장악하고 정권을 장악하자 비극이 시작되었다. 


크메르루즈가 통치하던 1975년 ~ 1979년까지 4년 동안 무려 200만 명의 양민들이 학살되었다. 킬링필드는 양민이 학살된 곳이라는 의미다. 


지은이 로웅 웅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녀가 다섯 살이 되던 1975년 크메르루즈가 정권을 장악해서 농촌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부모님과 두 자매 그리고 친척 스무 명이 숨졌다. 다행히 그녀는 1980년 큰오빠 부부와 함께 보트를 타고 태국으로 탈출해서 난민촌에서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녀는 2000년 킬링필드 시기, 가족의 생존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펴냈다. 2017년 안졸리나 졸 리가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녀는 지금 작가이면서 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의 서문에 그녀는 크메르루주 치하에서 억울하게 죽은 2백만 명의 넋을 위로하며, 그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세상을 떠난 두 자매에게 책을 바쳤다. 또한 그녀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리도록 도와준 그녀의 오빠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녀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고, 집도 잘사는 편에 속했다. 

아버지는 헌병으로 일했고, 어머니는 꽤 유명한 미인이었다. 승려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한 눈에 반해서 승려 생활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결혼했다. 


그녀의 남자 형제는 3명이고, 자매는 모두 4명인 7명의 대가족이었다. 열여덟 살의 멩 오빠, 열여섯 살의 쿠이 오빠, 열 살의 킴 오빠가 있었고, 큰 언니 케아브, 초우 언니, 그리고 막내가 세 살 난 게악이다. 이렇게 대가족은 비교적 큰 집에 살았고, 1975년 당시, 집 안에 수세식 변기, 철제 욕조가 있고, 집에는 전화기가 2대가 있었고, TV도 있었다. 생활은 풍족한 편이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이렇게 행복하게 산 반면,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빈민 지역에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다니고, 자신들이 만든 황소, 대나무 피리 등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이렇게 빈부격차가 큰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메르루즈가 도시에 사는 중산층, 부유층 사람들을 농촌으로 쫓아낼 때, 빈민층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녀의 가족도 결국 도시에서 쫓겨나서 농촌으로 향하는 길에 동참해야 했다. 처음에는 트럭을 타고 갔으나, 트럭마저 멈추자 무려 7일간 걸어야 했다. 


“온 사방에서 사람들이 도시에 남아 있기로 한 사람들에게 새된 목소리고 작별 인사를 하며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다.” - p46


크메르루즈 군은 정부에 일한 사람, 공무원, 군인 등을 가려내서 모두 총살시켰다. 


다행히 이들은 외삼촌이 있는 시골 마음에서 신분을 숨긴 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자신들의 신분이 들킬 수 있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하게 살면서 친구들도 사귈 수 없었다. 또한 크메르루즈 군은 돈, 손목시계, 카세트 플레이어, 텔레비전도 금지하고, 학교와 대학을 파괴했다. 


“도시에서는 나의 관심과 우정을 바라는 아이들과 친해졌지만, 여기서는 아이들이 나를 의심하고 내가 다가가면 달아난다.” - p79


결국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다른 마을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이들 가족은 계속 크메르루주군에 감시를 당하면서 신분을 위장해야 했다. 심지어 5살 먹은 어린 그녀도 이러한 위험함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식구들에게 배급되는 식량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이들은 날짐승을 잡아서 먹어야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새, 풍뎅이, 메뚜기, 개구리 등 가리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눈물에 겨운 노력이 인상적이다. 오빠들도 자신의 몫을 하면서 자매들을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 가족 앞에는 더 많은 시련이 놓여있다. 결국 이들은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남은 가족은 떠난 가족들을 기억하며 산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책의 힘이 역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만약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면, 많은 이들은 이러한 만행에 대해서 잊고 지낼지 모른다. 또한 저자는 삶의 의지와 희망, 용기, 사랑과 가족의 생존 이야기를 감동 있게 전한다. 


전쟁의 상흔을 겪은 우리나라 국민들이기에 이 책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책의 내용이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그만큼 책의 흡입력이 대단하고, 이를 영화로 만든 안젤리나 졸리 감독도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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