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 스페인어, 활력, 유산, 제국주의, 욕망
김훈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스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으로 스페인어, 활력, 유산, 제국주의, 욕망을 언급했다.
보통 스페인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투우, 열정, 와인, 가우디, 피카소, 플라멩코, 무적함대 등이 생각난다.
사실 스페인은 무한한 영광을 누린 적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적도 많이 있다.
가톨릭 세력 중에서 처음으로 이교도들의 침입을 무찔렀고, 오스만 제국에 대항해서 승리를 거뒀다. 반면 영국에 무적함대가 패배하는 치욕을 당했고, 내전을 겪고, 독재자의 통치 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어떻게 보면 영어권 문화에서 스페인의 역사를 폄하하는 경향도 있었다.
무적함대가 어떻게 실패했는지에 대해서 더 주목을 하고, 왜 그와 같은 성공을 이루었는지는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스페인 문화권이 더 강해질수록 역사는 재평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미국과 영국 등 영어권이 세상의 중심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스페인어 사용자는 무려 4억 3700만 명으로 중국에 이어서 2위를 차지한다. 영어 사용자는 3억 7200만 명으로 3위인데, 영어를 모국어로 쓰거나 공용어로 쓰는 나라는 60개국에 달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는 무려 19개국이다.
즉, 언어가 사용되는 국가로 따지면 영어가 1위, 스페인어가 2위다. 그만큼 스페인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스페인계의 파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산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이후 생산기지를 담당할 것이라 예상했던 베트남의 인건비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생산기지의 중남미가 부각되고 있다.” - p20
스페인은 1인당 GDP 30,630달러(2018년 기준)로 뛰어난 구매력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세계경제포럼 관광경쟁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남아메리카 대륙에 미친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스페인의 3대 소설이라 불리는 《엘 시드의 노래》,《라 셀레스티나》,《돈키호테》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라 셀레스티나》는 1499년에 발표됐는데, 당시 엄격한 가톨릭 사회에서 나온 최초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1562년)보다 먼저 출간되었다.
또한 스페인어는 라틴어에서 분화된 로망스어에 뿌리를 두는데,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도 같은 뿌리다. 따라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의 차이가 있어도 대략 서로가 말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점도 참 부럽다. 아무래도 같은 뿌리의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좀 더 쉽기 때문이다.
스페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식이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스페인만큼 지방색이 강한 나라도 별로 없다고 한다. 그만큼 각 지방의 특색이 강하고, 음식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음식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 하몽이 있고, 간식인 타파스나 핀초(타파스의 다른 명칭), 볶음밥인 파에야가 있다.
또한 스페인은 전 세계 3위 와인 생산국이다. 상그리아는 과일주와 같은데, 와인을 반 정도 붓고 과일과 탄산수를 섞어 하루 숙성시킨 음료다. 전에 상그리아를 마신 적이 있는데, 달콤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스페인 사람들의 흡연율은 23%(한국은 18.4%)임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에서 발표한 세계 건강국가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일본은 4위).
저자는 세 가지 원인을 언급했는데, 하나는 음식, 둘째는 마음가짐이다. 셋째는 햇볕이다.
음식은 지중해식인데, 야채와 과일, 올리브, 견과류, 해산물, 흰 살코기, 와인 등 숙성 재료가 주를 이룬다. 물론 이중에서 올리브의 효과는 탁월하다. 또한 스페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낙천적이고, 밝게 살아간다고 한다.
“행복이 삶의 우선 가치라고 주저 없이 말하고, 어떤 것도 그걸 침범할 수 없다. 직장생활로 불행하다고 느끼면 미련 없이 그만둔다. 가족을 목숨처럼 여기지만 자신의 행복이 우선이다.” - p64
이들의 낙천적인 성격을 대변하는 말이 ‘마냐냐’인데, 이는 ‘내일’이라는 뜻이다.
즉, 시간을 안 지키고, 뒤로 미루는 성격으로 이들을 비꼬는 말이기도 하지만, ‘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인들에 비하면 정신 건강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일 년 내내 내리쬐는 태양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바로 암을 예방하는 비타민 D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유럽에 경제위기가 찾아왔을 때, 스페인은 다른 국가들보다 타격을 덜 입었다.
사실 요새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관광업 덕분이다. 스페인의 관광지에는 볼거리도 많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도 있다. 또한 연간 끊이지 않는 축제가 가득하다.
GDP의 66.4%가 서비스업을 차지할 정도로 관광업은 스페인의 큰 경쟁력이다. 물론 이 외에도 자동차 산업, 에너지 산업 등이 있지만 이는 주력 산업이 되기 힘들다.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스페인 경제구조의 취약점은 서비스업 대비 제조업이 낮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매력적인 나라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카사 밀라, 몬세라트 등이 있고, 최후의 만찬 성배가 모셔진 발렌시아 대성당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예전에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다시 한 번 가족들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지역의 스페인 음식을 맛보고, 플라멩코 댄스도 관람했으면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 경제를 이해할 수 있었고, 특히 스페인 문화권의 거대함에 다시 한 번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서문에 언급한 바와 같이 2020년이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70주년이라고 하니, 2020년을 이 책과 함께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페인에 여행을 가거나 또는 스페인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스페인어 공부도 다시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