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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마라 - 인간관계가 편안해지는 26가지 심리 법칙
홋타 슈고 지음, 이정미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또는 실망한다. 반대로 우리도 그런 입장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26가지 심리법칙을 설명한다. 이를 잘 알면 인간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꽤 매력적으로 들리는 조건이다.
1장은 관계의 장벽을 제거하는 과학적 방법, 2장은 막힌 관계를 뚫어주는 과학적 방법, 3장은 관계가 술수 풀리는 과학적 방법이다.
인상적인 것은 ‘과학적’이라는 말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인간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굉장히 주관적, 감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퍼스널 스페이스의 거리가 재미있다. 사람마다 거리에 따른 관계가 다르다는 것인데, 친밀한 관계이면 45cm 이하의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고, 이 외에 개인적, 사회적, 공적인 거리가 다르다. 연인이나 가족 사이는 45cm 이하의 거리에서도 편안함을 느끼지만, 직장 동료나 업무상으로 만나는 사람과 이 거리를 유지한다면 꽤 어색하다.
저자는 이를 엘리베이터에서의 거리로 비유했다. 즉, 동료와 이야기를 잘 나누다가 엘리베이터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침묵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에티켓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나라마다 다르다고 한다. 중국이나 미국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는 것인데, 밀접하거나 개인적인 거리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현수교 효과다. 이는 흔들리는 다리에서 사람들은 보다 더 흥분하기 때문에, 이성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내가 불안정한 다리에서 느끼는 ‘흥분’을 그 사람 때문에 느끼는 ‘설렘’과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퍼스널 스페이스, 현수교 효과를 적절히 조합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 그리고 진실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것이 없다면 상대방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너무 서두르거나 초조해하지 말고 유연하고 느긋하게 다가가 보자. 인간관계는 단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p25
우리가 보통 반전매력이라고 일컫는 게인 로스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보통 드라마에서 보면 나쁜 남자로 보이는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자상한 면을 보이면, 시청자들은 말 그대로 심쿵한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무뚝뚝하거나 거칠어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친절한 행동이나 말을 내뱉으면 그의 매력도가 급상승한다.
그런데, 반대로 평소에 착한 남자가 실수로(?) 자신의 나쁜 면을 보여주면, 그가 쌓아놓은 포인트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사실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심리학적으로도 입증이 되었다. 따라서 성격이 조금 무뚝뚝한 사람은 좀 더 노력해서 자신의 반전매력을 보여주면 되고, 평소에 성격이 온화하고, 친절한 사람은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된다.
성격에도 기질, 인격, 습관적 성격, 역할적 성격의 4가지가 있다.
기질과 인격은 좀처럼 바뀌지 않지만, 습관적 성격과 역할적 성격은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이야기 못하고 참는다면, 나의 성격은 습관적으로 조용해질 것이고, 내가 회사에서 위치가 낮다면,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나의 성격에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가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 갑질을 하게 되면, 그것이 나의 성격이 되는데, 문제는 나의 지위가 바뀌는 경우다. 그럴 때 이러한 성격을 여전히 갖고 있다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 특히 조직에서 높은 지위에 있다가 퇴직을 한 사람들이 이러한 성격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겪으면서 점차 외로운 삶을 살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도록 저자는 주문한다.
“원하는 성격이 필요한 역할을 맡아보는 것이다.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타고난 성격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 - p49
이러한 역할극이 근본적인 성격까지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의 습관과 역할적 성격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고 싶다면, 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을 찾거나, 그러한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유명한 배우들 중에는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들이 꽤 많다. 그들도 자신만의 역할극을 통해서 어느 정도 성격을 바꾼 경우다.
상대방에게 어떤 요구를 할 때도 명령어보다는 간접 의문문이 효과가 있다. 이를 자유 욕구라고 하고, 자유 욕구를 제한하면 반항적인 행동을 하는데, 이를 ‘리액턴스’라고 부른다. 그래서 직장이나 가정에서는 ‘~해라’ 보다는 ‘~ 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간접의문문이 보다 효과가 있게 마련이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침묵도 대화의 기술이다.
무엇보다 영국의 전설적인 수상이었던 처칠의 연설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퇴임 후 졸업식 축사에서 고작 세 문장을 이야기했는데,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그는 처음과 중간에 침묵을 지켰다. 청중들은 그의 메시지에 열광했다. 30분짜리의 완벽한 스피치보다 그의 단 세 문장의 연설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 그리고 대화할 때 시선을 두는 방법, 칭찬을 할 때도 제 3자의 의견을 전달하기(윈저 효과), 성별에 따른 공감능력차이 등이 마음에 와 닿는다. 특히 공감 관련해서 이 책에서 인용한 말이 인상적이다.
“여성은 이야기하는 데 의미를 둔다. 하지만 남성은 의미 있는 것만 이야기하려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26가지 인간관계 법칙은 상당히 유용하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법칙도 있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한쪽 눈으로는 과학을 믿되, 다른 한쪽 눈으로는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고 했다.
역시 인간관계의 답은 진심이다. 그러한 진심을 갖고, 이러한 과학적인 방법을 부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